라그 비긴즈 "추억 감성은 OK, 독창적 한방이 필요하다"

홍수민 기자 2023. 11. 1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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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나지는 않지만 섬세한 설계 돋보이는 횡스크롤 MMORPG
- 시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졌던 그라비티 부스

지스타 2023에서 그라비티는 'START with GRAVITY'라는 슬로건 아래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6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위치한 그라비티 부스는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드는 게임들을 체험하기 위한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그라비티의 대표작이라면 누구나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를 반영하듯 26개의 출품작 중 7개가 라그나로크 IP 기반이다. 그 중 한국 정식 출시를 앞둔 '라그나로크 비긴즈'야말로 그라비티의 주력 타이틀로 꼽힌다.

라그나로크 비긴즈는 원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100년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횡스크롤 논타깃팅 MMORPG다. 모바일 기반 멀티 플랫폼 게임이라서 자동 조작을 지원하지만, 수동 조작을 활용한 컨트롤의 재미 역시 놓치지 않았다.

지난 1년 간의 북미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과금 모델 등 여러 면에서 개선을 거쳐 오는 12월 7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라그나로크 비긴즈를 지스타 2023 시연장에서 직접 체험해봤다.

 

■ 추억 떠올리게 만드는 뉴트로 감성

- 그 시절 감성이 느껴지는 그래픽
- 무난하게 둥글고 귀여운 3D 캐릭터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 하면 엄마 몰래 등짝을 맞아가며 플레이하던 그 시절이 무조건 반사 수준으로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라그나로크 IP 게임은 날렵하고 세련된 요즘 게임보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로 그려진 추억 속 동화책에 가깝게 느껴진다.

라그나로크 비긴즈 역시 그렇다.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동일한 2D 캐릭터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의 둥글고 귀여운 느낌의 뉴트로풍 3D 그래픽은 어쩐지 익숙한 향수를 자극한다. 눈길을 확 잡아챌 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오래 봐도 눈이 아프지 않고 편안하다.

던전의 몬스터나 NPC 디자인도 그렇다. 과한 노출이나 자극적인 요소가 없으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출근 시간 대중 교통에서 눈치 안 보고 플레이해도 될 정도다.

다만 이러한 디자인이나 화풍은 호불호가 꽤 많이 갈리기 때문에, 기자와 같이 라그나로크에 특별한 추억을 가진 유저층이 아니라면 동글동글 데포르메된 3D 캐릭터와 소박한 그래픽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조작은 쉽지만 컨트롤은 꽤 중요한 요소

- 분명 황금 바선생은 혐오스러운 존재인데 그래픽 덕분인가
- 레이드 보스도 패턴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횡스크롤 논타깃팅이라기에 전투가 꽤 까다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애초에 전투 기믹 자체가 별로 어렵게 설계돼 있지 않다.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AOE 장판을 피하는 것이 전부다.

그라비티는 멀티 플랫폼·모바일 주력 타이틀 합동 인터뷰에서 "라그나로크 비긴즈는 자동 조작을 지원하지만 수동 조작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시연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AOE 장판을 맞으며 말뚝 딜을 이어가는 캐릭터가 답답해서다.

회피하기 쉬운 단순한 패턴이지만 대미지 자체는 많이 아프다. 피하면서 때릴 때와 맞으면서 때릴 때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다양한 연령대의 플레이어가 쉽게 캐릭터를 통제할 수 있도록 조작 요소를 최소화했지만, 스펙 차를 플레이어의 숙련도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에 납득이 갔다.

1시간마다 등장하는 레이드 콘텐츠인 월드 보스도 시험 삼아 홀로 때려 봤는데, 어마어마한 피통과 방어력으로 인해 딜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문제지 패턴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강제로 맞는 평타는 자동 소모되는 물약으로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수동 조작의 피로도 때문인지 행동력으로 플레이 타임과 콘텐츠에 제한을 뒀다. 그라비티는 "하루에 기본 제공되는 행동력은 약 2시간에서 4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 나쁘진 않지만 독창성이 아쉽다

-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하우징
- 자동 낚시가 가능한데 굳이 타이밍 노가다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원작의 팬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전작과의 연관성이나 공유하는 세계관, 설정 등일텐데 시연 빌드에서는 이를 체험할 수 없었다. 수행 가능한 퀘스트 역시 "어디에 뭐가 출몰하니 조사해 달라, 잡아 달라"는 단순한 수준이었다.

하우징이나 채집 등은 다른 게임에서 보던 익숙한 콘텐츠다. 전투 스킬과는 별개로 모험 전투와 모험 생산 스킬이 별개의 탭으로 나눠져 있긴 했어도 특별한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포링 섬에서의 낚시는 타이밍을 맞춰야 하지만, 별 다른 제약 없이 자동 낚시가 가능해 굳이 힘들게 수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시연을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은 "나야 추억 보정으로 한 번쯤은 플레이해 볼텐데, 다른 사람들이 이 게임을 매력적으로 느낄까"였다. 횡스크롤 게임은 많고, 뉴트로 풍의 3D 그래픽 게임도 많다. 시연 빌드 기준으로, 라그나로크 비긴즈만의 독창적이거나 창의적인 요소를 찾기는 어려웠다.

분명 나쁘지는 않다. 무난한 것은 호불호 갈릴 요소가 적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유저의 편의성과 피로도를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한 것도 알겠다. 그러나 '라그나로크 유저'가 아니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는 다소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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