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월급루팡으로 살 것인가”…지갑도 영혼도 채워줄 직장은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11. 1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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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속는 회사원이 없을 것이다.

직장이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열정을 따르는 것은 사치다. 열정은 변덕스러운 자석이다. 그러나 가치를 따르는 것은 의무다. 가치는 지속적 의미를 선사한다.'

이것은 '나만의 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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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의 ‘의미의 시대’
단지 월급통장을 채우려 퇴근시간만 기다리기엔 우리의 삶이 아깝다. 도대체 ‘이상적인 일’이란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 ‘빙’의 생성형AI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직장인 이미지. 스튜디오 지브리,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 직장인, 지하철 등을 키워드로 생성했다.
이제 더는 속는 회사원이 없을 것이다. 직장이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열심히 일한 ‘나’만 호구가 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생업을 관둘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본질로 돌아가서, 우리 시대에 ‘일’이란 무엇일까. 단지 월급통장을 채우려 퇴근시간만 기다리기엔 우리의 삶이 아깝다. 도대체 ‘이상적인 일’이란 무엇일까.

세계적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세스 고딘은 신간 ‘의미의 시대’에서 이에 답한다.

그는 먼저 90개국 1만명의 직장인에게 물었다. ‘최고의 일자리 조건, 혹은 최고의 일자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설문이었다. 응답자 다수가 답한 대답한 일터의 ‘보수’나 ‘복지’가 아니었다. 1위는 ‘성취 경험’이었다. 2위는 독립적 업무 환경, 3위는 중요한 걸 만들어내는 팀, 4위는 존중하는 사내 분위기였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1. 미국 기업 ‘라이징 타이즈’는 유명 세차 업체다. 연간 15만 대의 차량을 세차하는 이 회사의 직원들은 타사와 조금 다르다. 대부분 직원이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자폐스펙트럼 환자들의 특유의 꼼꼼함과 청결함으로 입소문이 나며 승승장구 중이다. 동시에 사회 전체의 선(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든 직원들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것은 이 회사만의 ‘의미’를 창출해냈다.

#2. 레이 엔더슨 CEO는 카펫 제조사 ‘인터페이스’를 1970년대에 창업했다. 카펫을 만드는 일은 뜨거운 열기를 참는 고된 노동이 필요한 일이었다. 여기에 라텍스와 나일론을 소재 삼다보니 업무 자체가 ‘지구를 괴롭히는’를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인터페이스는 역발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카펫이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는’ 카펫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건 인터페이스 카펫의 정체성을 이뤘고 노동자들은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의미’로 작용했다. 출근길이 경쾌해진 건 물론이다.

노동자의 월급을, 그들이 포기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값싼 보상’으로 여기지만 말라고,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기업이 발전한다고 책은 말한다.

세스 고딘 신간 ‘의미의 시대’
왜 그런가. 세스 고딘에 따르면, 노동자는 임금 인상보다 그들 개개인이 느끼는 최후의 존엄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회사에서 인격적 요소가 사라질 때 사람들은 존엄을 빼앗긴다. 존엄하지 않다는 건 결국 자신의 헌신이 무가치하게 평가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회사는 타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책은 주장한다. ‘열정을 따르는 것은 사치다. 열정은 변덕스러운 자석이다. 그러나 가치를 따르는 것은 의무다. 가치는 지속적 의미를 선사한다.’

책은 또 하나의 명제를 안겨준다. ‘관리와 리더십은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리더십은 자발적 참여를 이끌고 리더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동기다. 이전에 없던 ‘무엇’을 상상하는 리더의 여정엔 직원들이 스스로 동참한다. 그러나 리더가 아닌 관리자는 자발적 참여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관리자는 노동자를 ‘회사의 배경음악’에 머물게 한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크고 작은 모차르트가 되도록 이끈다.

또 리더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직원과 결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은 ‘나만의 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지시에 머물러선 안 되며, 결과를 함께 공유할 때 관리자의 위치를 넘어선다. 조직원을 ‘회사와 함께 존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저 감시할 것인가, 의미를 창조할 것인가.’ 책은 묻고 있다. 원제는 ‘The Song of Signific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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