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김광현 이후 첫 한일전 QS' 이의리, 왜 자신이 韓 최고 좌완 유망주인지 증명했다 [APBC 현장]
류중일(60)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호언장담이 부끄럽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한국 좌완 에이스들의 검증 무대나 다름 없는 한일전에서 최고의 피칭으로 왜 자신이 왜 김광현(35·SSG 랜더스),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의 뒤를 잇는 유망주인지 증명했다.
이의리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비록 아쉬운 타선의 지원 속에 한국이 최종 스코어 0-2로 패해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의리만큼은 제 몫을 했다. 어느 투수가 그렇듯 1회가 가장 불안했다. 16일 호주전 승리 후 류중일 감독도 "이의리는 공이 빠르고 제구가 잘될 때는 상대가 못 치는 투수다. 1회부터 제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지켜보겠다"고 1회를 불안 요소로 봤다.
이의리는 1회 선두타자 오키바야시 유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포수 김형준의 도루 저지 덕분에 다시 주자 없이 시작했다. 코조노 카이토, 모리시타 쇼타, 마키 쇼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의리는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 스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사토 테루아키에게 3연속 시속 130㎞ 초반 슬라이더를 던져 3구 삼진을 잡아 관중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뒤이어 만나미 츄세이도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아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공 13개로 2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이의리는 또 한 번의 만루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극복했다. 선두타자 오키바야시와 모리시타에게 볼넷, 코조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가 됐다. 그러나 마키에게 6-4-3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올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오키바야시가 홈을 밟았다. 사토 테루아키에게는 또 한 번 시속 132㎞ 커브로 헛스윙을 끌어내면서 무사 만루를 1실점으로 막았다.
갑작스러운 홈런포에도 의연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나간 것도 인상적이었다. 4회 선두타자 만나미에게 솔로포를 내줬다. 바깥쪽으로 시속 146㎞로 잘 던진 직구를 만나미가 중앙 담장으로 넘겼다. 만나미가 잘 친 공이었다. 흔들릴 법도 하지만, 이의리는 후속 세 타자를 투수 앞 땅볼-3루수 직선타-투수 앞 땅볼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앞서 두 차례 볼넷을 허용했던 오키바야시에게는 루킹 삼진의 굴욕을 안겼다. 0S1B에서 시속 147㎞ 직구, 130㎞ 슬라이더-148㎞ 직구를 연속해 던져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코조노에게 2루수 옆을 스치는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모리시타의 뜬 공 타구를 좌익수 박승규가 잘 따라가 잡았고 포수 김형준이 코조노의 도루를 저지해 타자 3명으로 이닝을 마쳤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말이 압권이었다. 마키와 사토를 외야 뜬 공으로 잡아낸 이의리는 자신에게 홈런을 때린 만나미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90구를 돌파했음에도 시속 151㎞이 넘는 공을 연속해 던져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96구째에는 이날 최고 구속인 153㎞를 찍으며 만나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끝내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한국 선발 투수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김광현이 8이닝 2실점을 기록한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의리 개인에게도 올해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⅓이닝 3볼넷 1탈삼진으로 강판당한 아쉬움을 갚아준 뜻깊은 경기가 됐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의리는 데뷔 때부터 김광현-양현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그 때문에 2020 도쿄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데뷔 3년 차에 이번이 벌써 3번째 태극마크다. 국제대회 성적도 좋아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3실점), 준결승 미국전(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 모두 선발로 호투했다. 당시 2경기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내며 국제용 투수 탄생을 알렸다.
이의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1라운드에서 5이닝 3실점, 미국과 준결승에서 5이닝 2실점을 호투했고, 이 두 경기 동안 삼진을 무려 18개를 잡아 뛰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구위임을 알렸다. 다만 올해 정규시즌 9이닝당 볼넷 비율이 6.36개에 달할 정도로 꾸준하지 못한 제구력 탓에 이의리의 잠재력과 향후 발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의리는 아쉬운 제구를 만회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구위와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혔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가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갔다. 볼넷이 3개여도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함께 참석한 이의리는 "재미있게 던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밸런스로 던졌다"며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양 팀 모두 많이 발전해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향후 맞대결을 기대했다.
▶역대 한일전 한국 선발 투수 기록(*프로 기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 김광현 8이닝 2실점
2009년 WBC 본선 1라운드 A조 4경기 - 김광현 1⅓이닝 8실점
2009년 WBC 본선 1라운드 A조 6경기 - 봉중근 5⅓이닝 무실점
2009년 WBC 본선 2라운드 1조 4경기 - 봉중근 5⅓이닝 1실점
2009년 WBC 본선 2라운드 1조 6경기 - 장원삼 3이닝 2실점
2009년 WBC 결승 - 봉중근 4이닝 1실점(0자책점)
2015년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 김광현 2⅔이닝 2실점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 이대은 3⅓이닝 3실점
2017년 APBC 예선 1차전 - 장현식 5이닝 1실점(0자책점)
2017년 APBC 결승전 - 박세웅 3이닝 1실점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 이승호 2이닝 6실점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 - 양현종 3이닝 4실점
2020년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 준결승 - 고영표 5이닝 2실점
2023년 WBC 본선 1라운드 B조 - 김광현 2이닝 4실점
2023년 APBC 예선 2차전 - 이의리 6이닝 2실점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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