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다면, 공매도 제도는 반드시 필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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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생기면 매번 공매도 금지할 건가요? 사실 그럴 때가 공매도가 가장 필요한 시점인걸요.”
독립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WEEKLY BIZ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금융위원회가 “고금리 지속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을 금지의 이유로 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블룸버그 등 유력 해외 매체를 통해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의 후폭풍을 경고해왔다.
스마트카르마는 시티그룹 출신 라가브 카푸르와 여러 금융사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으로 근무했던 존 포스터가 공동 설립한 독립 리서치 회상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일종의 ‘리서치 스타트업’이다. 뉴질랜드에서 근무하는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스마트카르마의 아시아 시장 분석 담당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맥쿼리, 크레디스위스, BNP 파리바 같은 유명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시장에서 다시 사서 갚은 매매 기법으로, 그 사이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난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하기는 하지만, 주가를 기업 가치에 적합한 수준까지 빠르게 조정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가 “필요할 때 오히려 공매도를 금지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정치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고(politically motivated), 금융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가 불명확하다(smokescreen)는 지적이 많답니다.”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에 매우 당황해 하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명확한 의사 결정 과정도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들이 다시 한국 증시에 투자할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편입 같은 시장 지위의 승격은 가까운 미래에는 물 건너 갔다(now off the table)”고 덧붙였다.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올해 이미 공매도가 불가능한 주식의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가 단기간에 90%가량 떨어지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것을 지켜봤다”며 “공매도의 부재가 주가 조작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주가 조작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거나 기업의 회계 부정이 의심되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이 주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주장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최근까지 공매도가 가능했던)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지수 구성 종목에서도 주식들이 불합리한 가격 수준(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가에 ‘거품’이 끼기 쉽다는 의미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도 미국과 일본, 영국 같은 선진국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계속 허용됐다. 프레이타스 연구원은 “공매도는 적정 가격 수준을 빠르게 찾아가게 하는 ‘가격 발견’ 가능과 시장에 거래가 꾸준히 일어나게 하는 ‘유동성 공급 기능’이 있다”며 “선진 시장에서는 그렇기에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공매도를 계속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공매도 완전 금지 조치 이전에도 한국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완전히 재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코스피 200·코스닥 150 지수 구성 350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홍콩식 공매도 종목 지정 제도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안 맞는다”고 하다가, 입장을 바꿨다.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홍콩 증시에서도 950종목 이상이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이는 전체 종목 중 매우 높은 비중”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공매도 관련해서 규정을 어긴 일부 외국인 투자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를 아예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금융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진행한 공매도)에 대해서는 많은 벌금을 부과하고, 규칙을 어긴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일정 기간 막는 등의 조처를 했어야 한다”며 “소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잘못 때문에 한국 시장 전체가 벌을 받는 것이 지금의 한국 증시의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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