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남국 방지법’처럼 ‘미국 의원님 ETF’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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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김남국 방지법(Kim Nam-guk Prevention Act)이 통과된 것처럼 미국에서도 의원들의 투명성이나 공정한 거래에 대한 ‘우려’는 늘 있으니까요.”
미국 투자자문사 서버시브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리스티안 쿠퍼씨는 미국 의회 의원들이 거래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ETF의 취지에 대해서만 물었는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가상화폐를 신고하도록 한 국회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서버시브 캐피털 어드바이저는 독특한 ETF 라인업을 갖춘 소형 투자 자문사다. ‘체제 전복’을 의미하는 회사 이름처럼 “현상 유지를 타파하는 급진적인 기업에 투자한다”가 모토다. 의원들의 보유 내역을 추종하는 ETF 외에도 탈탄소 ETF, 식량 안보 ETF, 정신건강 ETF를 운용한다. 쿠퍼씨는 이러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크레디스위스와 제프리스 같은 유명 금융사에서 금리 관련 파생 상품과 주식, 옵션 거래 최고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었다.
서버시브 캐피털 어드바이저는 지난 2월 의원 본인과 배우자가 새롭게 사들이거나 판 주식을 추적해 투자하는 ETF를 출시했다. ‘의원님’ ETF는 민주당 ETF와 공화당 ETF로 나눠져 있다. 미국에는 의원과 그 배우자가 주식·채권·선물 같은 증권을 거래한 이후 45일 이내에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의회 내 정보 기반 투자 중지법·Stop Trading on Congressional Knowledg Law)이 있다. 입법이나 행정부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일종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법이다. 쿠퍼 매니저는 “우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며 “사람들이 의원들을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의원들에게 ‘주의’를 주는 차원”이라고 했다.
◇수익률은 민주당 ETF가 더 높아
쿠퍼 매니저는 미국 의회 의원들이 대체로 일반적인 미국인보다 부유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의원들을 매우 놀라울 정도로 부유하며 평균적인 미국인의 몇 배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의원들이 음성적으로 의회 내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관행이 있다면 ‘의원님’ ETF를 통해서 이를 막아내고 싶다고 했다. 쿠퍼 매니저는 “의원들도 개인적으로 투자할 권리가 있지만 시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들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중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의원들을 따라 투자하면 수익률이 좋을까. 수익률은 미국 내 여당인 민주당 버전이 훨씬 더 낫다.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 ETF는 상장 종일 종가 대비 8.5% 올랐다. 반면 공화당 버전인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공화당 트레이딩 ETF는 지난 3일 기준 25.13달러로 가격이 상장 당일 종가(25.27달러)에 못 미친다. 실제로 두 개의 ETF는 대략 1200개가 넘는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한두 종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적인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다.
ETF를 두 개로 쪼개서 만든 것은 양당 의원들의 투자 스타일 차이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쿠퍼 매니저는 “민주당 의원들은 테크주에 많이 투자를 하는 편이며, 상위 10개 종목의 펀드 내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로 투자가 집중된 편”이라고 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에너지주 등에 많이 투자하며, 투자 종목이 다양한 편이라고 했다. 쿠퍼 매니저는 “만약 고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되면 공화당 ETF를, 금리가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되면 민주당 ETF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의원님 ETF, 출시 못 할 뻔 했다”
미국 자본 시장 환경이 한국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지만 의원 매매 종목 추종 ETF 출시는 쉽지 않았다. 쿠퍼 매니저는 “ETF 출시 직전까지도 금융감독 당국에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문의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며 “거의 시장에 못 나올 뻔했는데 다행히 최종적으로는 상장에 성공했다”고 했다.
주식이나 ETF를 대표하는 기호인 ‘심볼’도 도발적이다.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 ETF의 심볼은 NANC다. 민주당의 정치 거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뜻하는 기호다. 공화당 ETF의 심볼은 KRUZ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테트 크루즈의 이름 일부를 딴 기호다. 쿠퍼 매니저는 “우리는 매우 운이 좋게도 선명한 ETF 상징 기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서버시브 캐피털 어드바이저는 민주당·공화당 ETF 외에도 4개의 ETF를 더 운용하고 있다. 합법적인 대마 산업에 투자하는 대마 ETF,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탈탄소 ETF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나 우울증 치료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정신건강’ ETF와 식품 제조·배송과 관련된 산업에 투자하는 식품 안전 ETF에도 투자 중이다. 쿠퍼 매니저는 “우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증가나 유럽에서 발생한 전쟁에 따른 식량 안보의 문제처럼 ‘글로벌 난제’들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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