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경기 내내 간절히 드는 두 팔, 막내 공격수는 데뷔골을 소망하고 집착한다

이성필 기자 2023. 11. 1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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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대표팀 데뷔골을 간절히 원하는 오현규, 경기 내내 그는 손을 들어 동료에게 '저 여기 있어요'라며 존재를 알리려 애썼다. ⓒ곽혜미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보는 앞에서 이강인과 함께 몸을 푼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현규. ⓒ연합뉴스
▲ 오현규는 힘든 훈련에서도 미소를 잃는 법이 없다. ⓒ연합뉴스
▲ 오현규는 힘든 훈련에서도 미소를 잃는 법이 없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등 번호 없이 1년 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동행했던 오현규(셀틱)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출발은 '20'이라는 숫자와 함께였다.

오현규는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 싱가포르전에 교체 명단으로 자리 잡았다. 벤치에 있던 오현규는 전반 중반 이후 몸을 풀며 기회를 엿봤다. 조규성(미트윌란)이 선발로 뛰었고 공격 2선은 황희찬(울버햄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05)가 너무 굳건히 뛰고 있었다.

후반에도 열심히 몸을 풀던 오현규는 18분 첫 교체에서 차두리 코치가 손짓하자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가슴에 손을 대며 "저예요?"라는 동작을 취했지만, 먼저 선택받은 이는 황의조(노리치시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김진수(전북 현대)였다. 벤치로 뛰어가 교체를 준비하는 세 사람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오현규였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21일 중국 선전에서 예정된 중국 원정을 의식한 듯 조규성, 이재성, 이기제를 먼저 교체했다. 2분 뒤 황의조는 설영우(울산 현대)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골을 터뜨렸다.

조규성이 왼발, 황의조가 오른발 페널티킥으로 골맛을 봤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 오현규에게는 마음 급해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3월 콜롬비아전을 통해 본격 A대표팀의 맛을 봤지만, 아직 데뷔골은 없다. 6월 페루전에서는 결정적 상황에서 골키퍼에게 막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런 오현규를 두고 주장 손흥민은 교체되며 벤치로 들어오자 "(오)현규야! 실망하면 안 돼. 알겠지. 그러면서 또 배우는 거야. 더 중요한 경기 앞으로 많이 남았어"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오현규는 두 번째 교체였던 27분 이순민(광주FC)과 함께 들어갔다. 황희찬,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동시에 나가며 기회가 왔다. 이강인과 2001년생 동갑내기로 대표팀 내 막내라 투지 하나는 최고다.

연신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어 들며 볼이 오기만 간절하게 기다렸던 오현규다. 킬러 패스가 일품인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수비 사이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계속 팔을 들었다. 붕대를 감은 손이 유독 잘 보였다. 그렇지만, 40분 이강인이 왼발로 골을 넣은 뒤 오현규를 향한 볼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래도 오현규는 계속 움직였다. 한 방을 터뜨릴 그 순간을 기다렸다. 추가시간에도 계속 수비수 등 뒤에서 오프사이드를 깨려 움직였지만, 결과는 '데뷔골 다음 기회에'였다. 대표팀 소집 직전인 지난 12일 애버딘과의 2023-24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SPFL) 13라운드에서 후반 7분 후루하시 교고를 대신해 교체로 들어가 32분 페널티킥을 유도해 루이스 팔마의 득점을 도왔다. 추가 시간에는 두 골을 몰아치며 득점 감각을 깨웠다. 11라운드 세인트 미렌전 득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기에 싱가포르전 득점 침묵은 스스로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 A대표팀 소집 바로 전 경기였던 애버딘전에서 두 골을 넣었던 셀틱의 오현규.
▲ 셀틱 공격수 오현규.
▲ 세인트 미렌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격려를 받은 셀틱 공격수 오현규.
▲ 28일 우루과이전에서 득점이 취소된 뒤에 아쉬워하는 오현규 ⓒ곽혜미 기자
▲ 축구대표팀 막내 오현규와 이강인 ⓒ곽혜미 기자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오현규는 "정말 아쉽다. 대표팀에서의 골이 아직 없다. 기운이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쉽다"라며 골 넣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손을 들며 골을 갈망하는 동작은 애처로웠지만, 오현규는 측은지심이 아닌 당연한 행동으로 봐달라 했다. 그는 "공격수 입장에서는 배고픔을 갖고 (볼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열 번 중 한 번은 내게 (골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계속 움직였다. 골을 최대한 빨리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조금만 터지면 계속 터질 것 같다. 그 하나가 쉽지 않다"라며 기를 쓰고 대표팀에 골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선발로 나선 공격진 중 이재성을 제외한 모두와 황의조까지 골을 넣어 오현규의 마음도 더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앙 수비수 한 명을 줄이고 공격수를 더 뽑았다"라며 사실상 오현규를 선발한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그 역시 "감독님이 믿고 경기에 내보내 주니 저 역시 공격수로서 골로 보답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라며 이를 갈았다.

계속 성장하는 오현규다. 카타르 월드컵 종료 후 셀틱에 진출했고 이번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까지 뛰며 큰 경험을 몸에 넣고 있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 교체 출전 비중이 더 높지만, 선발로도 서서히 쓰임 받는 오현규다. 그는 "현재는 부상 이후 몸이 좋은 상태다. 언제든지 준비됐다. 교체도 선발도 자신 있다"라며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다 해내겠다고 답했다.

카타르 월드컵에 '수련 선수' 신분으로 갔던 오현규다. 선수들이 몸을 풀면 볼보이도 마다치 않았다. 16강이 정해진 포르투갈전에서는 동시간대 우루과이-가나전 상황 알림이 역할도 했다. 그는 "당시에는 제가 대표 선수 자질이 있나 싶었다. 스스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UCL 경험도 하고 리그에서 골도 넣었다. 그 당시와 비교해 훨씬 성장한 것 같다. 그래서 언제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또 골을 넣을 수 있게 하겠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수의 임무는 골에만 집착했다.

훌륭한 교보재가 바로 옆에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황의조는 베테랑 공격수고 조규성은 카타르를 기점으로 기량이 더 폭발했다. 그는 "중앙 공격수 형들이 가진 장점을 보면서 저 역시 훈련 중이다. 늘 배운다. 그래서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라며 두 사람의 장점을 확실하게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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