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김기현 마주 앉긴 했지만…남은 건 尹心 논란 뿐

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 2023. 11. 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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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음 속 긴급 회동 "신뢰 확인하는 자리…일부 불만족 있어"
'소신껏 하라는 대통령실 신호' 인요한 언급에 갈등 표면화
다시 윤심에 술렁이는 與 "당무개입 막으러 온 의사가 당무개입 처방"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갈등이 두 수장의 대면으로 일단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갈등이 촉발된 배경에 '윤심'이 있었다는 점에서 여당의 고질적 문제인 '수직적 당정관계'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무 개입 막으러 온 의사가 당무 개입을 처방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시 마주앉은 동갑내기…'신뢰 확인', '불만족' 간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17일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회동했다. "우리가 동갑이니까 대화도 편하게 잘 이뤄졌다(지난달 23일)"던 첫 만남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한 달이 안 돼 180도 달라졌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를 비롯한 친윤 의원들의 용퇴를 촉구하고 있고, 당사자들은 거부 혹은 보류 의사를 분명히 하며 살얼음판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동 후 브리핑에서도 지도부 측과 혁신위 측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혔다는 평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혁신위 출범과 그간 활동의 취지, 활동 상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혁신위원 중 일부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고 전달됐다"고 각각 말하며 미묘한 간극을 드러냈다. 이날 회동에선 당 주류 용퇴론이나 인 위원장이 언급한 '대통령 측의 신호' 등의 사안은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혁신위의 조기종료와 용퇴 압박은 일단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혁신위원들의 반발기류가 여전한 상황에서, 추후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 등에 따라 불씨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전날 "혁신위 권고안이든 의결안이든 이를 계속 거부하면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체뿐이 더 있겠냐"며 여지를 남겼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인 위원장이 12월까지는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그 안에서 변화 동력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건 '윤심' 논란뿐…"의사가 당무개입 처방한 것"

연합뉴스

당장의 확전은 피했지만 갈등이 표면화된 부분이 인 위원장이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지도부와 혁신위 모두 내상이 작지 않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수직적 당정관계로 대표되는 당의 체질개선을 맡겼던 혁신위가, 주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히려 '윤심'을 들고 나오면서다. 이준석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당무 개입 막으러 온 의사가 당무 개입을 처방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당 내부도 윤심의 행방에 귀추를 주목하며 술렁였다. 대통령실은 이튿날 "그런 것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당내에서는 부인의 '강도'로 미뤄봤을 때 혁신위의 활동에 일정 부분 대통령의 의중이 쏠려있다고 추측하는 분위기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할 때마다 대통령실은 정무수석까지 등장해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다만 '친윤' 이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는 통상적인 격려 차원일 뿐이며, 대통령에게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오인‧확대해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어 당무개입 논란에 수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전당대회부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문제점이 지적되는데도, 용산의 의중만 바라보는 여권의 고질적 문제는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문표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당과 용산의 수직관계를 수평으로 바꾸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는 수직관계로 성립되는 이야기를 스스로 한 것"이라며 "인 위원장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 여권 인사는 "윤심감별사가 윤핵관과 김기현 대표에서 혁신위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 당이 바뀐 게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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