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내는' 국민연금 논의 시작…총선 앞 연금개혁 '산 넘어 산'
"5년 후 기금고갈 못 막아…연금개혁 기회 이번이 마지막"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정치권이 1998년 이후 25년째 9%에 묶여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4~6%포인트(p) 인상하는 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300만원 월급 기준으로 보험료를 한 달에 12만~18만원씩 더 내는 것이다. 이 방안대로 하면 기금이 바닥 나는 시점이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연장된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진 데다,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더 이상 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데다 정쟁으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그간 활동을 종합한 최종보고서를 보고받았다.
현행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2.5%(2028년 40%)다.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소득 보장안'(더 내고 더 받는 안)과 보험료율을 15%로 올리지만 소득대체율은 40%로 낮추는 '재정 안정안'(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이 담겼다.
월 소득 300만원 직장인(본인과 회사 절반씩 부담)의 경우 소득 보장안(보험료율 13%)을 선택하면 월 보험료가 12만원, 재정 안정안(보험료율 15%)을 선택하면 18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두 가지 안 모두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위는 2가지 안을 토대로 내년 4월 총선 전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금개혁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특히 '낸 만큼도 못 받는다'는 불만이 큰 20·30대 젊은층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그룹별 인터뷰에선 '보장만 된다면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연금 개혁을 완수하려면 연금 재정의 실상을 알리고 개혁의 시급함을 설득할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표심과 직결된 개혁 논의에 양당이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6일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보다, 큰 틀의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발언이 다수 나온 것도 보험료율 인상시 악화될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연금개혁같은 어려운 개혁 과정에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해 대통령과 여당이 책임을 방기한다면 야당인 민주당이 나서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적 계산은 내려놓아야 한다"며 "야당도 연금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거국적으로, 초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며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16년 동안 개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균형 상태에서 더 내야 하는 보험료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다. 그러나 5년 후부터는 기금운용 수익률 개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져 연금 고갈을 막을 수 없게 된다"며 "연금개혁을 위한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지속가능한 그림을 제시하고, 재정 부담에 역할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선거 등에서)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기획재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라고 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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