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특수’는 옛말…“먹고 살기 힘든 건 다 똑같아요”
“경기 회복 기대 낮아 상가 공실 유지…연쇄적 악영향 발생”
간판업과 철거업, 중고 주방가전업체 등 경기불황 속에서 호황을 맞는다는 일명 ‘불황특수 소상공업체’마저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18일 용인특례시 기흥구 소재 청운광고 고갑주 대표는 ‘특수는 옛말’이라고 털어 놨다. 업종이 변경되면 당연한 수순이던 간판 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장사가 안되니 업종이 변경되는 건데, 경기가 너무 안 좋은 탓에 새 업장도 미래가 불확실해 초기 투자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해 간판에 투자를 덜 하는 모습”이라며 “인건비도 안 남아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철거업체인 강강홍 종합철거전문 강규섭 대표도 “상가들이 다 임대를 내놓고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임대가 나가지 않는다. 새로운 임대사업자가 들어와야 장사를 위해 가게를 고칠 텐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일거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중고 주방가전업체도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중고 주방가전업체 주방사람들을 운영하는 김길영씨는 “일반적으로 10월부터 창업 시즌인데 국내외 경제 여건과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창업은 저조하고 폐업이 많다. 오히려 코로나19 당시 소규모 신규 배달업종이 우후죽순 생겼을 때가 더 나은 것 같다”며 “폐업하는 곳에서 사들인 중고 가전을 결국엔 고물로 폐기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도산하면 이들 업체가 호황을 맞는다는 ‘불황 속 호황’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 9일 발표한 ‘2022년도 경기도 생활 밀접 업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소상공인 폐업률은 10.3%(폐업 점포 수는 5만6천57개)를 기록하며 지난 2020년 폐업률 11.6%(폐업 점포 수 6만2천576곳), 2021년 폐업률 10.6%(폐업 점포 수 5만8천484곳)에 이어 10%선에 머물렀다.
이 기간 도내 소형 상가와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각각 6%, 10% 등으로 지난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가 더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창업과 같은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가 얼어붙으며 도내 소형·중대형 상가 공실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자 업종 변경이 이뤄져야 수입이 생기는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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