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천사 아니에요"라던 박보영, '정신병동'으로 선물한 희망[TEN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다은 역 박보영 인터뷰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박보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뻔하지만, '희망'을 선물했다. 그는 드라마를 시청한 글로벌 시청자들을 향해 희망을 놓지 않고 또 다른 아침이 되기를 바랐다.

지난 11월 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역)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박보영은 '정신병동'에 어떤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을까. 그는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는 따뜻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다 읽었다. 누구든 우리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다면 에피소드들 중의 하나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분이 드라마를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잘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 드라마'가 되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신병동'이 공개되기 전 박보영은 그저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고. 그는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반응을 다 찾아본다. 우리 드라마에 직접 자문을 해주셨던 서울성모병원 선생님들도 '우리도 환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제 주변 지인들도 평소에 '잘 봤어'라고 짤막하게 리뷰를 보내줬다면, '정신병동'을 보고 나서는 장문으로 연락을 많이 주셨다. 디테일하게 어느 에피소드가 와닿았는지 등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 했다.

박보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 연우진은 "보영 씨는 저도 처음 뵀지만, 천사가 있구나 싶더라. 바쁜 와중에 주위 사람 챙기는 모습을 보니 앞서 천사 같다고 했는데 농담이 아니다. 마음이 따뜻한 배우다.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극 중 박보영은 정다은 역을 연기했다. 정다은은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다. 내과 근무 3년 차인 정다은은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한 인물. 다양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한 정다은은 돌발 상황에 헤매기도 하지만,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박보영은 다은을 더욱 이해하기 위해 병원에 직접 가서 실습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그때 코로나 기간이었다.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를 착용했다. 제가 병원에 갔을 때 학생 의사 선생님들이 실습하는 기간이었다. 저도 학생 선생님들처럼 옆에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신병동' 촬영 내내 현장에서 뛰지를 못해 답답했다던 박보영이다. 그는 "저는 빠른 걸음으로 가긴 하는데, 자세히 보시면 1화에서 거의 뛴다. 용인될 수 있었던 건 다은이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점점 몸에 익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수월했다"라고 했다.

박보영은 '정신병동' 에피소드 중 공감되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다은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공감되더라. 다은이와 제가 비슷하지는 않지만,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5화 워킹맘 에피소드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많이 울게 되더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이 말이 열심히 사느라 나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이 말이 저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박보영은 함께 호흡을 맞춘 연우진이 제기한 '천사설'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연우진 선배님이 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저를 100% 모르시는 것 같다. 다은이가 너무 따뜻한 친구이지 않나. 제가 7개월로 다은이로 살았다. 따뜻한 친구로 살아서 그런지 다은이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다은이는 천사가 맞는데 저는 천사가 아니다. 저 천사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보영은 사람 박보영과 배우 박보영을 철저하게 구분 짓는다. 그는 "극 중에서 다은이가 칭찬 일기를 쓰지 않나. 저도 써봤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주변에 권유도 많이 했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서른 세 살의 저를 키우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평소에 형부 가게에 가서 일하거나 조카를 돌보기도 한다. 리프레시를 위해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칭찬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다. 칭찬할 만한 게 없었던 것 같았다. '정신병동'에서 다은이가 실내화를 가지런히 놓은 것만으로도 칭찬하지 않나. 이렇게 사소한 것도 칭찬을 할 수 있는 거라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쓰다 보니 자존감이 올라가더라. 아직 스스로에 대한 칭찬 기준이 높은 것 같다. 이 칭찬 기준이 높다는 건 일에 대한 부분이다. 개인적인 걸로는 칭찬 일기를 쓰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라며 웃었다.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박보영은 "배우 박보영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만 인간 박보영은 책임감을 안 가져도 된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저는 둘째이기 때문에 '언니가 하면 되지'라며 미루는 게 가능하다. 직업적인 부분에서는 이제 제가 현장에 나가면 선배 쪽에 더 많이 가까워졌더라. 2~3년 전만 해도 부정했는데,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단계가 왔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올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관객과 글로벌 시청자를 만난 박보영이다. 그는 "올해는 제게 특별할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정신병동'은 기존과 다른 걸 해보고자 선택한 작품이다. 그 시도들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응도 좋은 편인 것 같다. 제가 가지고 있던 갈증도 많이 해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는 예전만큼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보영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희망을 강요하지 않는다. 어둠 속에 힘겨운 본인의 싸움이 아닌, 싸움을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이 계신다면 뻔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 뻔한 희망을 위해서 저희가 버티고, 또 간호사분들이 노력해주신다. 한 번이라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봐주시고, 아침이 온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 작품이 또 다른 아침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