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증삼이 사람을 죽였고, 시장에는 〇〇〇가 나타났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공자에게는 증자(曾子)라는 제자가 있었다. 증자의 원래 이름은 증삼(曾參)이었다. 밖에서는 주로 증자로 불렸고, 집에서는 증삼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은 증자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대접할 것도 없고 아녀자인 자신밖에 없어서 아들이 산에서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증자는 오지 않았다. 증자의 어머니는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안절부절 못했고 증자가 빨리 되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 순간 산속에서 나무를 하던 증자의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증자는 혹시 집에 변고가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땔감을 지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다. 증자와 어머니와의 서로 간의 믿음은 일호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교지통심(嚙指痛心)이라고 해서 증자가 효심이 깊다는 내용으로 회자된다.
증자의 어머니는 증자가 어떤 일을 해도 믿었다. 어느 날은 증자가 팥을 삶고 있다.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증자는 “메주를 쑤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증자의 어머니는 ‘증삼이 팥으로 메주를 쑤고 있구나.’하고 믿었다.
증자가 비읍(費邑)에 살 때 일이다. 비읍에는 일가 중에 증자와 같은 이름인 사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내가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때 베를 짜고 있는 증자의 어머니에게 “아이고 증삼 어머니,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를 어쩝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증자의 어머니는 “증삼이는 사람을 죽일 애가 아니요. 뭔가 착각을 하신 것 같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태연하게 보통 때처럼 베를 짰다.
잠시 후에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증삼 어머니,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말했다.
증자의 어머니는 그 사람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금 침착하게 베를 짜면서 “내 아들은 사람들을 죽이지 않소이다. 호들갑 떨지 마시고 어서 가시오.”라고 했다. 그러나 증자 어머니가 베틀의 북을 쥔 손이 가볍게 떨렸다.
한참 후에 또 한 사람이 헐레벌떡 찾아왔다. “증삼 어머니, 증삼 어머니, 헉헉~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증자의 어머니는 “그것이 정말이요? 우리 증삼이가 사람들 죽였단 말이 참말이요?”하고 화들짝 놀랐다. 증자의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틀의 북을 집어 던지고서는 싸리나무 울타리를 밀어 넘어뜨리면서까지 달려가면서 “증삼아~~ 증삼아~~”하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잠시 후 알고 보니 자신의 아들과 이름만 같은 사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증자의 어머니는 한순간이라도 아들을 의심했던 것을 죄스러워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고 칭하면서 “제아무리 아들을 믿는 증자의 어머니라도 세 명이 말하니 어떨 수 없구려. 거짓말이라도 세 명이면 증삼도 사람을 죽이는구나.”라고 하면서 걱정스럽게 수군거렸다.
한번은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惠王) 때 일이다. 위나라 혜왕은 조나라와 강화조약을 맺으면서 태자를 조나라 한단으로 인질로 보내게 되었다. 이때 혜왕은 방총(龐蔥)으로 하여금 태자를 곁에서 보필하게 했다. 그러나 방총은 자신이 조나라로 떠나면 주위에서 자신을 모함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방총은 혜왕에게 “지금 대낮에 어떤 신하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은 믿으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혜왕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가? 어찌 깊은 산중의 호랑이가 대낮에 사람이 넘쳐나는 시장에까지 나타나겠는가?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방총은 다시 “그렇다면 잠시 후 또 다른 신하가 시장에서 호랑이를 봤다면 믿으시겠습니까?”하고 다시 물었다.
“아니 한 사람이 봤다는 것과 두 사람이 봤다는 것이 뭐가 다르단 것인가? 그래도 두 사람이 봤다면 약간 의구심이 들기는 하겠지만 두 명의 신하가 시장에서 호랑이를 봤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네.”라고 했다.
그러나 방총은 다시 “그렇다면 잠시 후 또 다른 신하가 와서 시장에서 호랑이를 봤다면 믿으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세 명이나 시장에서 호랑이를 봤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믿을 만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을 믿을 것이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방총은 “지금 시장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 명의 신하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니 시장에는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되었습니다. 지금 위나라의 수도 대량과 조나라의 수도 한단은 궁에서 시장의 거리보다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곳 위나라에는 저를 모함하는 자들이 세 명이 넘습니다. 따라서 왕께서는 이들이 저를 모함한다 할지라도 절대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을 했다.
왕은 “내 잘 이해했네. 없던 호랑이가 세 명이라고 해서 어찌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걱정말고 태자를 잘 보살펴 주시게나.”라고 일렀다.
아니나 다를까 방총이 태자와 궁을 나서자마자 방총을 모함하는 참언(讒言)이 들어왔다. 이어서 두 명, 세 명, 여러 명의 신하가 방총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왕에게 전했다.
몇 년 후 시간이 흘러 인질로 잡혀간 태자가 조나라에서 되돌아왔다. 그러나 방총은 궁으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위나라 혜왕은 여러 명이 방총을 험담하는 말들을 믿고서는 방총을 내쳤기 때문이다.
방총이 정말 잘못을 저질렀는지 이것이 모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 명 이상의 신하가 이구동성으로 방총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니 방총은 이미 잘못을 저지른 신하가 되어있었다. 방총의 이야기는 후세에 삼인성호(三人成虎)로 회자되었다.
어느 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가에서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우와~ 저게 뭐지?”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잠시 후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남자 옆에서 한 사람이 멈춰서더니 “뭘 보는 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나 남자는 “저기 저 구름을 보시오. 무슨 용 같지 않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멈춰 선 남자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구름을 가리키면서 “우와~ 정말 용처럼 생겼네요. 정말 용이 승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둘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에 또 다른 사람이 이들 옆에 멈춰 섰다. “뭣들 하는 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들은 하늘을 가리키면서 용처럼 생긴 구름이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멈춰 선 남자 또한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정말 용처럼 생긴 구름이라고 놀라워했다. 세 명의 남자는 모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감탄했다.
이때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한 명일 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두 명일 때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니 세 명이 동시에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수군대고 있으니 이제는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들 멈춰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뭐요? 하늘에 뭐가 있소?” 혹은 “저 구름이 용처럼 생겼단 말이요?”라면서 궁금해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서 용처럼 생긴 구름을 찾지도 못했으면서 “우와~~ 용구름이네!” 혹은 “대단합니다.”하면서 놀라는 척까지 했다.
사실 먼저 앞선 세 사람은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정말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작당을 하고 길거리에서 실험을 해 보고자 한 것이다. 사실 애초부터 하늘에는 용처럼 생긴 구름은 없었다.
환자들도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효과도 없으면서 부작용이 심한 거짓 정보들도 세 명 이상만 퍼 나르면 어느새 효과만 좋은 만병통치약이 되어 있다. 또한 한 사이트에 적힌 정보가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세 명 이상이 그대로 복사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마치 사실처럼 회자된다.
근거없는 유언비어는 이처럼 두려운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거짓뉴스, 가짜뉴스도 경계해야 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조차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떠들면 어느샌가 사실이 되어있다. 증삼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시장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증삼이 사람을 죽였고, 시장에는 호랑이가 돌아다니고 있다.
* 제목의 〇〇〇는 ‘호랑이’입니다.
<전국책(戰國策)> 〇 秦策二. 昔者曾子處費, 費人有與曾子同名族者而殺人, 人告曾子母曰:“曾參殺人.” 曾子之母曰:“吾者不殺人.” 置自若. 有頃焉, 人又曰:“曾參殺人.” 其母尚置自若也. 頃之, 一人又告之曰:“曾參殺人.” 其母懼, 投杼逾牆牆而走. 夫以曾參之賢, 與母之信也, 而三人疑之, 則慈母不能信也. 今臣賢不及曾子, 而王之信臣又未若曾子之母也, 疑臣者不適三人, 臣恐王為臣之投杼也. (진책 이편. 감무가 진무왕에게 “예전에 증자는 비에 살았습니다. 비의 사람 중에 증자와 이름이 같은 일가의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을 죽였고, 어떤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에게 말하였습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증자의 어머니는 말하였습니다. ‘내 아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소.’ 증자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보통 때처럼 침착하게 일을 하였습니다. 잠시 뒤에 다른 사람이 또 말하였습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증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놀라지도 않고 보통 때처럼 침착하게 일을 하였습니다. 잠시 뒤에 한 사람이 또 증자의 어머니에게 알리며 말하였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증자의 어머니가 걱정을 하며 베틀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달려갔습니다. 저 증자의 어짊과 어머니의 믿음으로도 세 사람이 의심을 하니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은 어머니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의 어짊은 증자만 못할 뿐만 아니라 대왕께서 저를 믿는 것도 그 어머니만 못하며 저를 의심하는 자가 세 사람만이 아닙니다. 저는 임금께서 저 때문에 북을 내던질까 두렵습니다.”라고 하였다.)
〇 魏策二. 龐蔥與太子質於邯鄲, 謂魏王曰:“今一人言市有虎,王信之乎?” 王曰:“否.” “二人言市有虎, 王信之乎?” 王曰:“寡人疑之矣.” “三人言市有虎, 王信之乎?” 王曰:“寡人信之矣.” 龐蔥曰:“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今邯鄲去大梁也遠於市, 而議臣者過於三人矣. 愿王察之矣.” 王曰:“寡人自為知.” 於是辭行, 而讒言先至. 後太子罷質, 果不得見. (위책 2편. 방총이 태자와 함께 인질이 되어 한단으로 가면서 위나라의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은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믿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왕은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나는 의심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그러면 나는 그 말을 믿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방총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말하니 호랑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조나라의 수도 한단과 위나라의 수도 대량의 거리는 시장보다 멀리 있으며 저를 비난하는 자가 세명을 넘습니다. 바라건대 왕께서는 이를 살펴봐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왕은 “나는 진실로 이해했다.”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말을 하고 떠나려는 체 참언이 먼저 도착했다. 뒤에 태자가 인질에서 풀려났으니 방총은 끝내 볼 수 없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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