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보다 올몰트" 청년층 트렌드 자리잡을까
코로나 이후 몰트 선호도 높아지며 공급자도 변화 '바람'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맥주 전쟁의 전장이 '올몰트'로 넘어가고 있다. 시장 2, 3위 사업자가 잇따라 올몰트 맥주 재정비에 나섰다. 올몰트 맥주는 특유의 진한맛 때문에 소맥을 즐기는 유흥시장에서 외면받아 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생긴 트렌드 변화에 힘입어 시장 판도를 뒤바꿀 '전략 무기'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18일 맥주업계에 따르면 국내 3위 맥조 제조업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중순부터 맥주 신제품 '크러시(KRUSH)'를 500ml병 제품과 20L 용량의 생맥주 KEG의 두 형태로 술집과 음식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신제품을 내놓는 건 지난 2020년 '클라우드생드래프트' 이후 3년 만이다.
크러시는 기존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뒀다. 출시 전 예상처럼 '클라우드 크러시'가 아니라 그냥 크러시로 출시됐다. 브랜드명에 넣은 'K'와 전면 래핑 상단에 작게 적힌 클라우드라는 영문명으로 흔적 정도만 남겼다. 현재 맥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클라우드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는 대신, 독자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클라우드는 출시 당시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며 선전했지만, 현재는 3%대까지 주저앉았다.
다만 크러시는 클라우드처럼 페일 라거 타입의 올몰트 맥주로 출시되며 특유의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갔다. 올몰트 맥주는 맥아(발효 보리) 비율을 70% 전후로 책정하고 나머지를 쌀, 옥수수, 전분 등으로 채운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등과 달리 맥아만 100% 사용해 만든다. 보리보다 분해 효율이 높은 쌀과 옥수수 등을 활용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에 주력하는 아메리칸 라거와 달리, 올몰트 맥주는 맥아 자체의 씁쓸하고 깊은 맛을 강조한다.
앞서 지난 4월 국내 2위 맥주 제조업체 하이트진로도 올몰트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바 있다. 100%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로 만든 켈리는 이중 숙성 공법을 거쳐 부드러움과 청량감을 동시에 살린 점이 특징이다. 켈리 출시 몇 달 후 하이트진로는 기존 올몰트 맥주 '맥스'를 17년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신제품 흥행을 위해 타깃 소비자층이 겹치는 제품을 정리한 것이다.
그간 올몰트 맥주는 국내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은 유흥시장에서 특유의 진한맛이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작용한 탓이다. 오비맥주 '카스' 등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맥주와 달리 맥주 맛이 너무 강해 소맥으로 제조했을 때 어울리지 않고, 청량감 역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모두 올몰트 맥주 제품군을 갖추고 수시로 리뉴얼도 시도했으나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2, 3위 사업자가 올몰트 맥주 제품을 재정비한 건 소비자들의 맥주 음용 트렌드에 뚜렷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먹는 술)·혼술(혼자 먹는 술) 문화가 자리 잡으며 가정용 주류 시장 비중이 커졌고, 이들은 섞어 먹는 대신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시장에선 판을 뒤집기 힘들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업계 1위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 카스의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38.9%로 압도적 1위다. 2위는 13.37%를 점유한 하이트진로의 테라다. 국내에서 팔리는 맥주의 절반 이상이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제품인 셈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유독 높은 주류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마케팅 비용 등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새 브랜드로 '올몰트 바람'을 일으키는 쪽이 승산이 더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판 뒤집기'가 성공적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맥주시장의 가정시장과 유흥시장 비율을 6대4 수준으로 추산한다. 코로나19 이후 유흥시장 비중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선호도가 분명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유흥시장은 물론, 상대적으로 소맥 소비가 적은 가정시장에서도 카스 등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가정시장에는 수입맥주라는 또 다른 라이벌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를 '맛없다', '밍밍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가 아니면 안 팔리는 수준"이라며 "국내 맥주 업체들이 올몰트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 제품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결국 구색 갖추기용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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