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名지휘자의 태권도 사랑
라트비아 출신 명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45)는 미 보스턴과 독일 라이프치히의 명문 오케스트라 두 곳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거장이다. 그 가운데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최근 내한한 그가 바쁜 일정 속에도 짬을 내서 달려간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태권도 국기원(國技院)이다.
넬손스는 15~16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사흘 연속 연주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국기원에서 열린 태권도 품새 세미나를 직접 참관했다. 공연 주최 측인 마스트미디어는 넬손스가 국기원에 1시간가량 머물면서 태권도 사범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눴고, 인근 태권도 용품점에서 점퍼와 용품도 구입했다고 전했다. 넬손스는 이날 저녁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친 뒤에도 무대 뒤편에서 한글로 태권도라고 적힌 점퍼를 입고서 사진을 촬영했다. 넬손스의 국기원 방문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퍼져 나갔다.
그가 이렇듯 태권도에 ‘진심’인 이유가 있다. 넬손스는 열한 살 때 태권도를 처음 접했다. 15세에 이를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중단했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은 거칠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다른 격투기와는 달리, 태권도는 몸과 마음이 함께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그가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미 보스턴에서 태권도 검은 띠를 땄다. 이 때문에 세계 음악계에서 ‘검은 띠의 마에스트로’로 불리기도 한다.
넬손스는 열두 살 때부터 트럼펫을 배우면서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뒤 라트비아 출신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1943~2019)를 사사하면서 지휘자로 전업했다. 2003년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극장, 2008년 영국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 2014년부터 보스턴 심포니, 2018년부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모두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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