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마차 끌던 ‘라이더’의 죽음… 동물학대 논란 재점화
뉴욕 검찰, 학대 혐의로 주인 기소
지난해 8월 10일 오후 5시 뉴욕 맨해튼 중심부인 ‘헬스 키친’ 지역 도로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마차에 타고 있던 주인 이언 매키버(54)는 “일어나!”라고 말하며 채찍질을 했는데 말은 일어서지 못하고 무릎이 휘어지면서 주저앉았다. 옆에서 이를 바라보던 한 남성은 “내가 당신을 그렇게 때리면 어떻겠어요”라고 말했고, 다른 여성은 “말을 그만 때리세요”라고 소리쳤다. 말은 일어나지 못한 채 옆으로 누워 길바닥에 머리를 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변에서 끌어온 물을 말에게 뿌리고 얼음을 갖다 댔다. 말은 약 45분 후 견인차에 의해 마구간으로 돌아갔지만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몇 달 뒤 안락사됐다.
약 1년 3개월이 흐른 15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말에게 적절하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고문 및 상해를 가했다는 혐의 등으로 주인 매키버를 기소했다. 앨빈 브래그 검사장은 “더운 여름날에는 말도 일을 하면 안 되는데 이 말은 쓰러질 때까지 했다”면서 “이 말이 겪은 것으로 보이는 학대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브래그 검사장은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물 여배우 입막음을 위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넨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지난 4월 트럼프를 기소한 사람이다.
이번 사건은 뉴욕에서 150년 이상 이어져 온 관광용 마차와 관련한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 말의 이름은 라이더(Ryder)로 뉴욕의 관광 명소 센트럴파크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공원을 돌았다. 지금도 센트럴파크 입구에 가면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일렬로 서 있는 마차를 만날 수 있다. 사고 당시 라이더는 오전 9시 30분 일을 시작해 오후 5시쯤 마구간으로 ‘퇴근’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온도는 섭씨 28.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라이더는 기력을 잃고 결국 길바닥에 드러눕게 된 것이다. 주인 매키버는 출동한 경찰에게 말의 나이가 13살이라고 했지만, 경찰이 진단한 결과 라이더는 26살로 영양실조로 인한 저체중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80대 후반쯤 된다.
검찰은 이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해 뉴욕 경찰국(NYPD) 기마 부대와 미국 동물 학대 방지 협회, 코넬대 수의과 대학까지 참여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인 매키버가 말을 학대한 것으로 판단해 이날 기소한 것이다.
뉴욕에서 학대 논란을 일으키는 마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몇 년간 지속된 문제다. 지난해 뉴욕 퀸스 시의원인 로버트 홀든(민주당)은 2024년 6월 1일부터 마차를 금지하고 전기 마차로 교체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아름다운 말을 이런 식으로 대해서 일하게 만들고 일부 관광객을 위해 무거운 사람과 마차를 끌고 다니게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마차 주인과 지지자들은 “매년 극히 적은 수의 사고만 일어나고 있을 뿐”이라면서 “우리는 센트럴파크에서 사람들에게 멋진 승마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마차 운행이 동물 학대라는 논란은 뉴욕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육박하는 가운데 관광객을 태운 말이 거리에서 쓰러졌다. 마요르카의 팔마 지역은 2024년까지 마차를 폐기하고 전기 마차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인도 뉴델리, 영국 옥스퍼드,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스라엘 텔아비브, 캐나다 몬트리올 등에서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몬트리올시(市)는 마차 운행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한 마주들에게 말 한마리당 1000달러씩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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