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브랜드 디자인, 전통시장은 뉴트로 핫플… 지역경제 살리는 톡톡 아이디어
'지역경제 활성화 시책 우수사업 발표회' 열려
청도·곡성·정선·인천·익산·대구 동구·괴산 수상
인구 유입 및 지역 특색 살리기 사업 7개 소개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는 끊긴 지 오래고,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엔 빈집이 늘어간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지역 공동체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다. 하지만 절망하기는 이르다. 수많은 자치단체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히 뛰고 있다.
한국일보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혁신 엑스포’ 둘째 날인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시책 우수사업 발표회’가 열렸다. ‘살기 좋은 지방’ ‘살고 싶은 지방’을 만들어가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아 행안부 장관상을 받은 지자체 7곳의 창의적인 정책들이 소개되는 자리였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고향올래’ 사업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에 체류형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지역 특성 살리기’ 사업으로 소규모 마을 경제 활성화와 전통시장 환경 개선을 돕고 있다.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인 경북 청도군은 대구, 부산, 울산, 경남, 경북 7개 시군과 인접한 입지적 이점을 앞세워 청년 귀촌을 장려하는 ‘청년도약 레지던스 타운’을 설립할 계획이다. 생활공간과 게스트하우스, 공용 업무 공간, 피트니스센터, 공유주방, 공예 스튜디오 등을 골고루 갖춰 주거, 업무, 문화, 교육이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주거시설은 컨테이너와 폐자재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건축을 적용하고, 타운 입주자들에겐 로컬푸드와 연계한 실험창업도 지원한다. 청도군은 “청년층 유입ㆍ증가로 생활 공동체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노년 인구 비율이 3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 곡성군은 ‘워케이션’ 사업을 소개했다. 2019~2021년 ‘곡성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장기 정착 비율이 25%에 그치자, ‘정착’에서 ‘생활인구 유입’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관광체험시설인 ‘심청한옥마을’에서 시범 운영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참가자 만족도 98%라는 성과를 얻었고, 올해에도 49개 기업, 345명이 곡성에 머물며 일과 휴식을 함께 누렸다. 곡성군은 “기업과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정책 모델을 구축해 ‘로컬의 판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원 정선군은 인구는 가장 적고(1,613명) 고령자 비율은 가장 높은(58%) 화암면 살리기에 나섰다. 주민자치회의 공공미술사업으로 ‘예쁜 마을’로 재탄생한 그림바위마을 일대 빈집을 리모델링한 ‘화암산방’을 조성, ‘문화예술인 한 달 살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선군은 빈집 활용에 따른 마을공동화 탈피, 활발한 주민자치와 공동체의식 제고, 주변 생태관광자원과 연계한 경제 활성화까지 ‘1석 3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이지만 섬 지역 인구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인천시는 섬에 개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로컬 디자인’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정체성을 구축한 뒤 모든 섬을 통합하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개별 섬마다 고유한 디자인을 입힌다. 인천 섬들을 하나로 잇는 ‘섬길’이라는 뜻을 담아 ‘노을가도’라는 이름도 붙였다. 인천시는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전북 익산시는 2025년까지 일자리센터 4곳을 통합해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구인구직부터 교육, 창업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구직자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익산에 있는 국내 첫 식품산업 전문단지를 활용해 향후 식품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대구시 동구는 KTX 동대구역 앞 골목상권만의 특화된 상권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그니처 먹을거리를 발굴해 대구 대표 상권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소개했다. 거리 조형물과 시설물에는 공공디자인을 적용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랜드마크도 조성한다. 무엇보다 상인과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충북 괴산군은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뉴트로’에 도전한다. 1960~70년대에는 충북 10대 전통시장이 있던 경제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공실률이 36%에 달하는 쇠락한 칠성마을을 ‘골목박물관거리’로 조성한다. 옛날약방, 대장간, 이발소, 흑백사진관 등 아직 남아 있는 근대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괴산군은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이 즐기고 경험하는 마을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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