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결선 D-1, 딥페이크 가짜 영상 판친다
장기 매매 허용, 밀레이 섬뜩 영상
여론조사 10곳 모두 오차범위 접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오는 19일(현지 시각)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 진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선거 관련 창작물들이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다. 이런 게시물들은 각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입히고, 후보가 하지도 않은 언행을 실제인 것처럼 꾸며내고 있어 통상적인 선거 응원이나 홍보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거 당국은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어 골치를 앓고 있다.
이달 초 아르헨티나 소셜미디어에는 결선투표에 집권 페로니스트(대중 영합 주의자) 후보로 나선 좌파 성향 세르히오 마사 경제 장관이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이 담긴 가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급속히 퍼졌고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 논란을 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I를 활용해 마약 범죄자에 마사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가짜 영상·이미지)로 드러났다. 영상 실체는 탄로 났지만 여전히 소셜미디어에는 ‘마사가 마약을 했을 것’이란 허위 사실이 떠돌고 있다.
그러자 마사의 진영에서는 AI 영상으로 상대 후보인 극우 성향 야권 ‘자유의 전진’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 의원을 공격했다. 온라인에 게재된 영상에서 밀레이는 “(장기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이를 낳는 것이 곧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섬뜩한 말을 한다. 하지만 밀레이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다. 밀레이가 공약으로 내세운 ‘장기 매매 허용’을 비판할 목적으로 만든 가짜 영상이다. 영상에는 ‘AI로 생성된 창작물’이란 설명이 붙었지만,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감쪽같고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나서도 밀레이에 대한 거부감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자 본인과 지지자들이 공개적으로 AI 창작물을 동원하기도 한다. 밀레이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마사가 인민복을 입고 있는 사회주의풍 포스터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은 ‘좋아요’ 5만6000여 개를 받았다. 마사의 반(反)시장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지만, 인신 공격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항해 마사의 지지자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마사를 전쟁 군인이나 영화 인디애나 존스 주인공 등으로 합성한 비디오와 포스터를 대거 유포했다. 후보의 이미지를 친근하면서도 영웅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오히려 마사를 희화화했다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아르헨티나 결선투표 향방은 안갯속이다. 여론조사 기관 10곳의 최신 조사 결과, 6곳은 오차 범위 내에서 밀레이가 승리하고 4곳 역시 오차 내에서 마사가 이기는 등 팽팽한 상황이다. 결선투표는 현지 시각 1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결과의 윤곽은 당일 밤 12시(한국 시각 20일 정오)쯤 드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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