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살아난다… 기재부, 올해 첫 “경기 회복” 진단

황지윤 기자 2023. 11. 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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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경제 동향 ‘그린북’서 밝혀
정부의 경기 진단과 전망을 담은 보고서(그린북)에 올 들어 처음으로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반도체 산업이 살아나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추경호(오른쪽에서 셋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을 방문해 웨이퍼를 살펴보는 모습. /기획재정부

한국 경제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긴 침체 터널을 벗어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경기 판단과 전망을 담아 매달 펴내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 올해 처음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우리 경제가 저점을 다지고 차츰 상승 기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재부는 17일 발표한 11월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 속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기 둔화’ 표현이 1년 5개월 만에 빠지고, 회복이란 진단이 들어간 것이다.

◊1년 5개월 만에 경기 둔화 진단 사라져

정부는 작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2~7월에는 내리 ‘경기 둔화’라고 못 박았다. 그러다 지난 8~10월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방향을 틀었는데, 이달 들어 경기 판단이 한층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실물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늘었다”면서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판단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10월 수출은 5.1% 증가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1~10일 수출액은 182억3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11월 전체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반도체 가격 반등, 미·중 갈등 완화도 기대

지난 2년여 불황을 겪은 반도체 산업이 살아나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D램 고정 가격은 1개당 1.5달러로 2년 1개월 만에 반등했다. 메모리카드나 USB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름세로 전환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PC 반도체 최강자인 미국 인텔도 “올 4분기부터는 본격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가 팔리지 않아 쌓이던 재고가 줄면서 국내 기업 상황도 나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9월 말 회사의 반도체 관련 사업(DS 부문) 재고는 33조7307억원으로 직전 분기(33조6896억원)보다 411억원(0.12%)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세가 크게 완화됐다. SK하이닉스 재고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14조9479억원으로, 작년 말(15조6647억원)보다 약 7000억원 줄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갈등도 서서히 해소되는 분위기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 완화 분위기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10월 매출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 기업에 고대역 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 경제 반등과 유가 하락도 호재

반도체가 휘청이는 동안 자동차 산업은 역대 최상급 실적을 내며 꾸준히 수출을 떠받쳤다. 하반기에 상승세가 잦아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국내외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자동차 수출은 1~10월 약 58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작년 전체 수출액(약 541억달러)을 웃돌았다. 우리나라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에도 자동차 수출은 작년 7월부터 10월까지 16개월 연속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2021년 세운 최대 판매량 기록을 올해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고수익 차종인 SUV·친환경차 판매 비율이 높아지면서 1~3분기 영업이익은 20조794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약 17조원)을 넘어섰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발(發) 침체가 우려됐던 중국 경제가 반등하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호재다. 중국의 3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보다 4.9% 늘었고, 10월 생산·소비 지표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또 국제 유가(WTI)가 17일 배럴당 72.9달러로 올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점, 10월 미국 소비자물가(3.2%)가 시장 예상보다 더 떨어져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 등도 기재부는 긍정적 요인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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