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e스포츠 종주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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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선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4강전이 열렸다.
5년 만에 'e스포츠 종주국'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열기에 찬 물을 끼얹는 장면이었다.
비록 한·중 대결처럼 흥미진진한 승부는 아니지만 세계적 기량을 가진 e스포츠 선수들의 대전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리그오브레전드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페이커(이상혁 선수) 같은 천재에만 의존해선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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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선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4강전이 열렸다. 대결의 주인공은 ‘웨이보 게이밍’과 ‘빌리빌리 게이밍’. 두 팀 모두 중국 리그인 LPL 소속이다. 전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 대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관중석은 썰렁했다. 한국 리그인 LCK 소속 팀들이 8강에서 떨어지자 절반 정도의 관객이 ‘노쇼’를 한 것이다.
5년 만에 ‘e스포츠 종주국’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열기에 찬 물을 끼얹는 장면이었다.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LCK 소속 선수들이 중국 현지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비록 한·중 대결처럼 흥미진진한 승부는 아니지만 세계적 기량을 가진 e스포츠 선수들의 대전이 무색할 정도였다.
세계적 하스스톤(미국 블리자드의 게임) 팀인 ‘팀 겐지’의 공동 설립자 윌리엄 콜리스는 e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게임을 숙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Skill)’, 팬으로부터 받는 지원인 ‘커뮤니티(Community)’, 게임을 배울 때의 장벽인 ‘접근성(Accessbility)’, 게임을 잘하면 얻는 ‘보상(Rewards)’이다.
올해 롤드컵 4강전은 아직 우리 팬들이 커뮤니티 측면에서는 성숙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다른 요소들은 어떨까. 199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PC방은 ‘스타크래프트’ 붐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스타크래프트 리그 탄생에 기반이 됐다. 당시만 해도 접근성이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전 세계 34위(스피드테스트 집계, 2022년 11월 기준)로 추락했다. 모바일 환경도 통신사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탓에 LTE보다 20배 빠른 5G(5세대 이동통신) 구현에 실패했다. 이제는 접근성도 한국의 장점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스포츠 선수들의 기반인 구단과 리그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 인기 구단인 SK스퀘어 계열사 T1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211억원과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인 LCK는 2021년 영업적자 11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적자 85억원으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게임단과 리그가 튼튼해야 e스포츠 생태계도 지속 가능한데, 지금의 상황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우리 국민들에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1개라는 값진 선물을 안겨줬다. 게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상당수 국민들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e스포츠의 진가를 알게 됐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게임 종목 7개 가운데 한국 게임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뿐이었다. ‘몽삼국2′와 ‘왕자영요’는 사실상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이지만 중국이 의욕을 갖고 밀어부친 게임들이라 종목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한국이 e스포츠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만 해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리그오브레전드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페이커(이상혁 선수) 같은 천재에만 의존해선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글로벌 e스포츠 산업 발전 보고서’에서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신흥시장 발굴, 여성 e스포츠 부상 등으로 글로벌 관중 규모가 더 확대되고 앞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쾌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페이커 같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고 e스포츠를 국민적 지지를 받는 ‘슈퍼 스포츠’로 육성시키기 위해 정부, 정치권, 산업계가 무엇을 해야할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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