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판사의 글이 아니라 판결을 정치 무기로 쓴 게 문제
판사 재직 중 ‘친(親)민주당’ 성향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에게 대법원이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박 판사는 지난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극히 이례적으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사람이다. 이런 일로 징역형을 내린다는 것은 법조계의 상식을 넘어서는 극단적 판결이다. 알고 보니 박 판사는 과거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편향된 글을 여러 차례 SNS에 올린 사람이었다. 지난해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진 뒤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 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 사람이 SNS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지만 본질은 그의 SNS 글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 판사 자리에 있다는 사실과 그가 실제로 내린 판결이다. 박 판사는 정 의원이 쓴 글 중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하고, 부인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등의 부분이 허위라며 사인(私人)에 대한 명예훼손이어서 엄하게 처벌했다고 했다. 대개 명예훼손 사건은 벌금형 선고가 일반적이다. 이런 정도의 글로 감옥까지 가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公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징역형을 선고하려고 억지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판사의 정치 편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판결은 법률 행위가 아니라 정치 공격일 뿐이다.
대법원은 그의 정치 편향 글만 문제 삼고 그의 판결에 대해선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 사람이 인터넷에 정치 글만 쓰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판결을 내려도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하급심의 잘못된 판결은 상급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적격 판사에게 판결을 계속하게 두는 것은 법원 스스로 사법 신뢰를 해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법원에 박 판사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 노골적으로 판결을 정치 무기로 사용하는 판사들의 판결을 누가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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