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정부’ 주도 기관이 만든 정부 전산망 먹통

조선일보 2023. 11. 1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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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지자체 공무원들이 접속하는 행정전산망인 '세올'에서 전산 오류가 생기면서 지자체 업무는 물론 행정복지센터 민원 업무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2023.1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7일 행정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는 물론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 24′의 서류 발급이 온종일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 자동차 매매, 금융권 대출 등에 필요한 각종 서류 발급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행정 전산망을 유지하고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주민등록등·초본과 인감증명서조차 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16일 밤 대전 통합전산센터 서버의 보안 패치를 업데이트한 이후 오류가 발생하면서 빚어졌다고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자칭 “디지털 정부 플랫폼을 주도한다”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정부 전산망 전체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스템은 2007년 전국 시·군·구에 보급됐다. IT 업계에서는 15년이 넘은 시스템을 제때 정비하지 않고 미루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시작했다. 새 시스템을 갖추려면 여러 해를 더 기다려야 한다. 여기 드는 예산은 43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여야의 선심성 퍼주기 예산에 비하면 크다고 할 수 없는 돈이다. 정치권이 표만 생각하고 국가의 근간은 소홀히 한 것이다.

국가기관의 전산망 불통은 지난 3월 법원 전산망, 6월 나이스(NEIS·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먹통 등 올 들어 세 번째다.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도 문제지만, 이럴 때를 대비한 비상 매뉴얼 없이 종일 우왕좌왕한 것도 문제다. 행안부는 뒤늦게 ‘비상근무를 하면서 수기로 민원 서류를 발급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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