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술·롤렉스 꺼냈다… “회장님 보고 계시죠”
드디어 모든 게 봉인 해제, 주인을 찾았다.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Korean Series)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가 17일 ‘축승회(祝勝會)’를 가졌다. 우승팀이 치르는 프로야구계 오래된 전통 행사다. 장소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컨버전스홀). 야구단을 아꼈던 전 구단주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 유지가 어린 곳이다.
공식 행사 이름은 ‘2023 KS 통합 우승 기념행사’로 오후 3시쯤 시작해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구단주 구광모(45)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선수단과 프런트, 구단 직원, 그룹 주요 임원까지 160여 명이 모여 감격을 다시 나눴다.
감동 순간을 재현한 우승 축하 영상, 대업을 다시 이룬 선수단 소개, 그리고 우승 트로피 전달식. 이어 염경엽(55) 감독과 주장 오지환(33)의 감사 인사. 염 감독은 “선수단의 절실함, 구단주님과 프런트 그리고 그룹 임직원분들의 든든한 지원으로 통합 우승 결실을 만들 수 있었다”며 “통합 우승이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강한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기념행사는 구 선대 회장이 1995년 “1994년 우승 영광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직접 준비했던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가 등장하자 절정에 달했다. 환호 소리와 함께 구광모 회장과 차명석(54) 단장은 30년 가까이 묵은 이 한 많은 소주를 직접 따르고 축배를 건넸다. 구광모 회장은 건배 제의를 하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하늘에서 보고 계신 선대 회장님께서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이 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팬들은 더 이상 ‘1994′가 아니라 ‘2023′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쁨의 숫자를 늘려가며 팬들 마음속에 자랑스러운 오늘 멤버들이 영원히 기억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이 건배사로 “무적 LG”를 외치자 참석자들은 “포에버”로 화답했다.
환호성은 구 선대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 전달식 때 한층 달아올랐다. 이 시계 역시 구 선대 회장이 1997년 “우승을 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롤렉스)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전해진 물품이다. 이젠 단종된 황금색 데이데이트(day-date) 모델로 당시 구입가가 4400여 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S에서 타율 0.316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를 받은 캡틴 오지환이 수령자로 나섰다. 그는 구광모 회장에게 시계를 받은 다음 왼팔에 차고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고 나선 “이 시계는 선대 회장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캡틴의 그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그 뜻을 담아 ‘한국시리즈 MVP, 캡틴 오지환’의 이름으로 의미 있게 전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LG 구단은 매년 시즌 후 선수와 팬이 함께 만나는 자리이던 ‘러브 기빙 데이’ 규모를 확대해 우승 축하 팬 초청 행사 형식으로 다음 달 초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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