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의 삶이 행복했다, 간장게장이 먹고 싶어지기 전까진
화성과 나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304쪽 | 1만5800원
가보지 않은 세상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힘이라면, 배명훈의 신작은 놀랍다. 화성 이주가 가능해진 어느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로 읽히기 때문. 지구 기상이 이상해져, 26개월마다 인류를 화성에 보낸다는 설정. 여섯 개의 단편소설은 사고 실험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겐 단편 ‘위대한 밥도둑’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한국인의 밥도둑 ‘간장게장’이 소재다. 식욕이 없는 ‘이사이’는 음식이 풍부하지 않은 화성 거주에 최적의 인물이었다. 간장게장을 떠올리기 전까진 그랬다. 지구에서 좋아한 적 없음에도 문득 그 맛이 떠올랐고, 가질 수 없기에 열망은 점차 커진다. 결국 그는 식량 단체에 민원을 청구한다. 그러나 게살이란 대체 식품이 있는 상황에서, 꽃게를 키우기 위한 비용이 너무나 크다. 단체 측이 꽃게 도입에 반대하자, 사이는 말한다. “밥도둑이에요.” 전 세계인으로 구성된 단체 사람들이 이를 이해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사이는 외친다. “계속 원하고 싶은 걸 원할 거예요! 그냥 이게 화성의 삶이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화성에서 간장게장’처럼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서로에게 이해되기 어려운 것들을 각자 원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의 갈등은 점차 커진다. 화성에서 처음 일어난 살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다룬 단편 ‘붉은 행성의 방식’처럼, 낯선 사고 실험이 많다. 배경인 ‘화성’을 다른 어떤 ‘낯선 세상’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해 보인다. 매일이 낯설어지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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