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도른자’ 대처하려면… 감정싸움 대신 그의 행동 기록하라

곽아람 기자 2023. 11. 18.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ooks가 만난 사람] 테사 웨스트 뉴욕대 교수

사무실의 도른자들

테사 웨스트 지음|박다솜 옮김|문학동네|320쪽|1만7500원

일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선배들은 말리며 말한다. “‘또라이 총량의 법칙’ 몰라? 다른 회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 어딜 가나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은 있어.”

테사 웨스트(42)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의 이 책은 직장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또라이(jerk)’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대처법을 알려준다. 원제는 ‘Jerks at Work’. 저자는 " ‘또라이’에게 대처하는 건,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일터의 ‘또라이’들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강약약강형’ 남의 성과를 훔치는 ‘성과 도둑’ 타협을 모르는 ‘불도저’ 부하 직원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통제광’ 부하 직원을 방임하는 ‘불성실한 상사’ 남을 기만해 고립시키는 ‘가스라이팅형’ 등이다. 웨스트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나.

“내가 바로 ‘일터의 또라이’였으니까. 예전에 학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동료들과 정말 많은 갈등을 겪었다. 나는 ‘불도저’형이라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계획을 밀고 나갔는데 대체 왜 사람들이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이 대인관계와 갈등을 연구하는 사람인데도. 그 일을 통해 우리 모두가 ‘또라이’가 되는 동시에 ‘또라이’에게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에서 타인과 갈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

–일곱 가지 유형의 ‘또라이’ 중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무엇인가.

“‘강약약강형(Kiss Up·Kick Downer)’이다. 이 유형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고 싶어한다. 권력에 아부하지만 자신과 동급이거나 아래의 사람들에겐 비열하게 군다. 직장에서 ‘지위 사다리’를 오르는 데 매우 능숙한데, 그러기 위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걷어찬다.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매우 교활하다. 일종의 ‘빌런’인데, 그런 사람이 영화에 나오면 재미있지만, 직장에서 만난다면 매우 끔찍하다.”

–신입 사원들이 ‘성과도둑(credit stealer)’ 선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남의 아이디어나 공(功)을 훔치는 건 아주 흔한 일인 것 같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이 ‘편집장(editor)이 내가 낸 아이디어를 제 것인 양 슬쩍하는 걸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많이 묻더라. 일단 다른 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훔치기 전에 ‘내 것’이라고 선제적으로 인정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있는 앞에서 내 이름으로 발제해 그 아이디어가 ‘내 것’임을 공공연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카리스마 있는 누군가가 그걸 낚아채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언론사는 뉴스룸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테사 웨스트 뉴욕대 교수

–'통제광(micromanager)’은 일을 잘하고자 하는 열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통제광은 정말 흔하다. 상사가 ‘통제광’이 되는 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팀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내 평판이 손상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통제광이 되지 않으려면 작업의 경계를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통제광들은 내일 일이 걱정돼 밤 11시에 구글독스에 접속하곤 하는데, 그러지 않도록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정해야 한다. 언론사 데스크라면 오늘은 기자들 중 한 명이 쓴 기사만 보겠다고 결심한다든가, 구글독스의 문서 중 두 개만 보고 그게 끝나면 문서를 닫겠다고 결심한다든가. 재미있는 건 통제광 상사가 동시에 ‘불성실한 상사(neglectful boss)’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팀원을 과잉 통제하느라 다른 팀원들을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일터의 또라이’들을 피할 수 있을까.

“피하기보다는 대처 전략을 익히는 편이 좋다. 한 예로 ‘강약약강형’에게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그들의 행위를 세세하게 기록해 객관화한 다음,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들고 가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사에게 보고할 땐 나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의 ‘행위’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갈등을 회피하면 안 된다. 그들로부터 숨거나, 그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물론 조직 차원에서 누가 괴롭히고, 누가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