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읽기란 본능이 아닌 ‘학습의 결과물’
“어른에게도 읽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린이책 평론가인 한미화의 책에서 작은 제목 하나가 딱 눈에 꽂혔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책 읽기가 어렵고, 재밌지도 않다. 언젠가 은퇴하면, 더 이상 책을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도 책 읽기가 싫고, 첫 장 열 때는 무섭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참고 읽는다. 한미화의 ‘아홉 살 독서수업’(어크로스)은 정말로 간만에 “맞아, 맞아” 하면서 읽은 책이다. 둘째가 한참 그 나이인데, 올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입원 안 하고 넘어갈까 했는데, 지난주에 결국 입원을 했다. 책 읽으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 해서 닌텐도도 사줬다. 그래도 책을 좀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제일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을 집어들게 되었다.
영국에서 뒤늦게 시작된 저소득층 어린이 독서 운동은 빈곤 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독서 능력이 그대로 경제적 계층으로 연결된다는 게 선진국 독서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지배층만 독서를 했다. 20세기 중·후반 이후로 노동자들도 독서하는 시기가 잠시 펼쳐지기는 했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로 다시 지배층만 독서하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히는 게 너무 어려우니까,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이 학교에 가서 책을 같이 읽혔더니 효과가 좋았다는 대목은 너무 부러웠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학교에 가서 같이 책 읽기, 우리 사회가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적 대책이 아닐까 한다. 아직 한국에 없는 봉사 프로그램이다.
“반면 읽기는 본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능력이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어린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갈 자녀들의 부모에게 이 책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에게 책을 소리 내서 읽으라고 하고, 내가 그걸 듣고 설명해주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의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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