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1] 음식과 패션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3. 11. 18.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패션디자인대학 FIT 박물관의 ‘음식과 패션(Food & Fashion)’ 전시. 이 두 가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들이자, 문화와 사회를 탐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다.

뉴욕의 패션디자인대학 FIT 박물관에서 ‘음식과 패션(Food & Fashion)’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꽤 관련이 있다. 포도송이를 잘 활용한 지방시의 드레스처럼 각종 과일이나 음식의 이미지는 옷의 패턴에 꾸준히 사용되어왔다. 파스타 등 이탈리아 식재료로 패턴을 만든 돌체 앤 가바나, 맥도널드의 로고 ‘M’을 크게 새겨 놓았던 모스키노, 모둠초밥 형태로 액세서리 선물 박스를 만든 이세이 미야케까지, 패션디자이너들은 음식의 모티브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1862년 창립한 파리의 마카롱 명가 ‘라뒤레(Ladurée)’는 패션디자이너 랑방에게 의뢰해서 포장 박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엘리트를 상징하는 문화 두 가지는 오트 퀴진(Haute cuisine)과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즉 근사한 식사와 멋진 의상이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좋은 옷을 입고 파리나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기도 했다.

음식과 패션이 가장 우아한 형태로 결합되는 장소는 레스토랑이다. 프랑스의 엘리트를 상징하는 두 가지 문화 코드가 오트 퀴진(Haute cuisine)과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바로 근사한 식사와 멋진 의상이다.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상류층 여성들은 ‘식사 때마다 다른 의상을 착용하는 것(Dressed to Dine)’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잠자리에서 방금 걸어 나온 듯 편안해 보이는 가운을 걸친 아침 식사, 형식적이지 않고 캐주얼한 의상의 오후 다과, 그리고 완벽한 정장 드레스의 저녁 만찬이다. 20세기에 들어서 일하는 여성이 중가하면서 비즈니스 정장이나 칵테일 드레스가 간편한 저녁 의상으로 새롭게 첨가되었다. 그리고 이는 ‘드레스 코드’라는 형식으로 정착되었다.

2011년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2012년 장 폴 고티에, 2013년 마크 제이콥스 등의 디자이너들이 ‘코크 라이트(Coke Light)’병의 표면을 디자인하면서 코카콜라사의 전통이 되었다.

근래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스타 셰프를 초청해 협력 행사를 열고,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라테, 피자부터 정찬까지 컵과 포장 박스, 접시에 브랜드의 로고를 새겨 넣어 “나는 맛있는 걸 스타일 있게 먹는다”를 자랑할 수 있도록 부추긴다. 이런 예들은 어느 시대의 음식과 패션의 방향, 그리고 산업의 흐름을 설명해준다. 음식과 패션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아온 대중문화이자 사회를 탐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다.

이세이 미야케 디자인의 모듬초밥 악세서리 선물박스. 패션디자이너들은 구준하게 음식의 모티브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