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1] 음식과 패션
뉴욕의 패션디자인대학 FIT 박물관에서 ‘음식과 패션(Food & Fashion)’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꽤 관련이 있다. 포도송이를 잘 활용한 지방시의 드레스처럼 각종 과일이나 음식의 이미지는 옷의 패턴에 꾸준히 사용되어왔다. 파스타 등 이탈리아 식재료로 패턴을 만든 돌체 앤 가바나, 맥도널드의 로고 ‘M’을 크게 새겨 놓았던 모스키노, 모둠초밥 형태로 액세서리 선물 박스를 만든 이세이 미야케까지, 패션디자이너들은 음식의 모티브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1862년 창립한 파리의 마카롱 명가 ‘라뒤레(Ladurée)’는 패션디자이너 랑방에게 의뢰해서 포장 박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음식과 패션이 가장 우아한 형태로 결합되는 장소는 레스토랑이다. 프랑스의 엘리트를 상징하는 두 가지 문화 코드가 오트 퀴진(Haute cuisine)과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바로 근사한 식사와 멋진 의상이다.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상류층 여성들은 ‘식사 때마다 다른 의상을 착용하는 것(Dressed to Dine)’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잠자리에서 방금 걸어 나온 듯 편안해 보이는 가운을 걸친 아침 식사, 형식적이지 않고 캐주얼한 의상의 오후 다과, 그리고 완벽한 정장 드레스의 저녁 만찬이다. 20세기에 들어서 일하는 여성이 중가하면서 비즈니스 정장이나 칵테일 드레스가 간편한 저녁 의상으로 새롭게 첨가되었다. 그리고 이는 ‘드레스 코드’라는 형식으로 정착되었다.
근래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스타 셰프를 초청해 협력 행사를 열고,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라테, 피자부터 정찬까지 컵과 포장 박스, 접시에 브랜드의 로고를 새겨 넣어 “나는 맛있는 걸 스타일 있게 먹는다”를 자랑할 수 있도록 부추긴다. 이런 예들은 어느 시대의 음식과 패션의 방향, 그리고 산업의 흐름을 설명해준다. 음식과 패션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아온 대중문화이자 사회를 탐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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