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행정망 마비…정부는 원인도 몰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지자체 공무원 행정 전산망 ‘새올’에서 전산 오류가 생겼다. 공개키 기반 정부인증서(GPKI) 시스템 장애로 지자체 공무원이 새올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한 것이다. 행정 전산망 마비로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애초 행안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GPKI 인증 시스템을 구성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말썽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정오까지도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면 오늘 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대 혼란이 계속되는 동안 행안부의 미숙한 일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전국 공공기관의 온·오프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일제히 멈춰섰지만, 정부는 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행정기관을 방문한 시민들은 대부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행정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정부는 온종일 우왕좌왕하며 뾰족한 입장이나 진행 상황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사상 초유의 정부망 마비 사태에도 정부는 명확한 원인도, 복구 진행 상황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개인이 온라인 금융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발급받는 ‘공동인증서’처럼 공무원도 행정 정보 시스템(새올)에 접속하려면 GPKI를 인증해야 한다. 그런데 공인인증서를 검증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 해당 시스템을 관리하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현재 복구 작업에 매진하느라 원인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16일) 네트워크 패치 작업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원은 “패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작업을 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하드웨어적으로 불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리원은 “명확히 해당 장비가 불량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복구 진행 상황 역시 비밀이다. 관리원 관계자는 “복구 진행 상황은 공개할 수 없고, 우리가 말씀드릴 부분도 아니다”라며 “현재 운영업체, 장비유지관리업체, 기술지원업체 관계자 70여명이 대전에 모여 주말이 가기 전에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출장 중이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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