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탈 쓴 위워크 위기… 업계 ‘종말’ 아닌 ‘성장통’[글로벌 포커스]
‘공유경제 신화’ 위워크-에어비앤비… “효율적인 부동산 활용” 내걸고 출발
‘기술기업’ 탈 썼지만 부동산 재임대… 위워크, 코로나-고금리에 결국 파산
에어비앤비는 단기임대꾼 몰려 변질… ‘주거난 원흉’ 원성에 규제 폭탄 맞아
또 다른 공유경제 신화 에어비앤비는 강력한 규제를 받으며 최대 시장 뉴욕에서 퇴출 위기를 겪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위워크와 달리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사업 모델로 여전히 수익은 견고하다. 하지만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고통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에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주택가에 ‘단기 임대꾼’들을 부추겨 정작 주민이 살 집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위워크와 에어비앤비는 한정된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나눈다는 취지의 공유경제에서 출발한 공통점이 있다. 위워크는 상업부동산이 남아 도는 위기 속에 파산의 길로 들어섰고 에어비앤비는 주택이 부족해 임차료가 치솟는 위기 속에 규제 폭탄을 맞고 있다.
● “기술혁신 기업? 부동산 再임대업”
세련된 도심 사무실에서 커피는 기본이고 맥주를 마시며 일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무공간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그럴듯해 보였다. 2018년 뉴욕 5번가 랜드마크 건물 로드&테일러를 사들이며 위용을 과시했다. 2019년 1월 기업 가치는 47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재임대업이라는 본질은 노이만의 달변, 공유경제에 대한 기대감, 미래 업무 방식이라는 환상, 그리고 제로(0) 금리 시대 광기 어린 투자 붐에 가려졌다.
하지만 그해 8월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설명서(S-1)는 위워크의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는 계기가 됐다. ‘기술’이라는 단어가 100번 이상 등장해 기술 스타트업임을 뽐냈지만 고비용 부동산 재임대 사업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출간하는 격월간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이 투자설명서를 분석하며 “기술기업은 막대한 자본 투자 없이도 전체 산업을 혁신하고 빠른 속도로 규모와 범위를 확장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위워크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좋은 부동산 재임대업이 확장된다 한들 고비용 구조여서 수익률 증가는 어렵다는 것이다. 초기 매출이 80%씩 성장한 것은 투자를 받아 보유 부동산을 늘렸을 뿐 혁신의 결과가 아니었다.
특히 HBR은 자산과 부채의 기간 불일치를 지적했다. 장기 임대를 단기로 재임대하는 사업은 임대료가 계속해서 오른다는 가정하에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기가 되면 몰락이 시작된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적 근무 형태로 자리 잡으며 오피스 시장이 추락할 때에는 비싸게 빌린 공간을 싸게 재임대해야 하니 손해 보는 장사가 됐다. 방만 경영과 성급한 글로벌 확장도 문제였다. 상업부동산이 잘나가던 시기에도 위워크는 수익을 낸 적이 없었다.
● “위워크? 우리는 폭망했다(WeCrashed)”
위워크는 2021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상장에 성공했다. 팬데믹 시기 마지막 저금리여서 투자 수혈이 가능했다. 140억 달러(약 18조450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위워크 투자는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회고했듯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도 뒷받침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시작하며 ‘이지머니(easy money·돈 구하기 쉬운)’ 시대도 끝났다. 고금리에 자금줄이 막히니 사무실을 임차할 스타트업이 예전만큼 늘지 않는다. 팬데믹이 끝나도 직장인 절반은 여전히 재택근무다. 2027년까지 위워크가 내야 할 임차료는 100억 달러(약 13조2900억 원)가 넘는데 재임대해 줄 사람은 줄어드는 것이다.
위워크 기업 가치는 전성기의 0.2%인 8734만 달러(약 1200억 원)로 쪼그라들었고 부채가 190억 달러(약 25조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워크는 기업 회생을 위한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50∼100개 임대차 계약을 강제로 종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 에어비앤비만 돈을 번다?
에어비앤비 위기는 위워크와 상황이 좀 다르다. 올 3분기(7∼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영업이익은 33% 늘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위워크와 달리 에어비앤비는 기술기업이다.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증가한다. 자동차 소유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와 비슷하다.
문제는 주거용 부동산은 주민 삶과 직결된, 한정된 재화라는 것이다. 2008년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가 주인이 집을 비울 때 잠시 다른 여행객이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로 창업할 당시만 해도 진정한 공유경제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로 돈을 벌려는 부동산 사업자가 몰리며 변질됐다. 사들인 주택 수십, 수백 채를 1년 365일 임대로 돌리는 것은 공유경제라고 볼 수 없다. 주민이 살 집이 여행객 공간으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파트를 장기로 빌려 더 비싸게 에어비앤비에 등록하는 차익 거래도 만연했다. 만성적 주택 위기를 겪는 뉴욕에서 에어비앤비에 대한 분노는 커져 갔다. 올 9월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규제를 단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시는 거주용 주택을 30일 미만 단기 임대하려면 시 당국 허가를 받도록 했다. 집주인이 숙박객과 함께 집에 머물러야 하고 투숙객은 2명까지로 제한했다. 원래 취지대로 자기가 사는 집을 빌려주라는 의미다. 전문 사업자인 집주인 퇴출을 의미한다. 단기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뉴욕시 단기 숙소 등록 건수는 77% 하락했다.
올 5월 조사에서 뉴욕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는 시 전체 임대 가능 주택 수를 넘어섰다. 주택 품귀는 임차료 상승을 부추겼다. 뉴욕시는 에어비앤비가 임차료 상승의 9%를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덴마크 코펜하겐, 말레이시아 페낭 등도 개인 주택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최근 탈세 혐의를 물어 에어비앤비 자산 1조 원 이상을 압류했다.
주택에 무리하게 투자해 개인적 파산에 이른 에어비앤비 집주인(호스트) 이야기도 넘쳐난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시골마을 호치타운은 에어비앤비 타운이 됐다. 400여 개이던 숙소가 5년 만에 2400여 개로 늘어났다. 팬데믹 시기 도심을 떠나 장기 임차를 찾던 미국인이 늘자 호스트가 되겠다며 건축 광풍이 불자 주민이 늘어나지는 않고 경찰, 소방, 수도 같은 기반 시설은 부족한데 임대주택만 급증했다. 마을 주민 제이슨 워드는 NYT에 “(1849년 금광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든) 골드러시 같았다. 그렇게 많은 돈이 걸려 있으면 미쳐버린다”고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땅값은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직장인들이 다시 도심으로 떠나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긴 겨울이 찾아왔다.
● 공유경제 미래는…
위워크 파산이나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 폭탄이 공유경제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통, 주택, 사무실 등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해 일상을 변화시킨다는 공유경제 자체는 실제 많은 사회 부문을 변화시키면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분석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최근 공유경제 시장 보고서에서 시장 규모를 2022년 3871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7.7% 성장해 2032년 시장 규모가 82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의 종말은 공유경제를 앞세운 일부 기업의 혁신이 진정한 혁신이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에어비앤비가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아닌 ‘규제적 기업가 정신’의 대표 스타트업이라고 꼬집었다. 법 위반 가능성이 큰 사업을 시작해 문제가 되면 ‘혁신 사업을 위해 규제를 명확히 해달라’며 정치인 로비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시는 원래 주인 없는 집의 30일 미만 임대를 금지하는 법이 있지만 에어비앤비는 당국 단속의 느슨한 틈을 노렸다.
위워크는 기술기업 탈을 쓴 전통적 부동산 재임대업 업체였지만 시장은 이를 가려보지 못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산은 고통스럽겠지만 위워크 실패는 이지머니 시대, 실패한 시장 규율을 다시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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