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아야지” 유족 두 번 울리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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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잖아'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떠났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상황에 가슴 아팠습니다."
A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 마음 정리는 유족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츰차츰 해 나가야 하는데 저 말은 마치 고인을 잊고 빨리 일상으로 회복하라는 강요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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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자살 유족이 있다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대부분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 무심코 건넨 말에 상처받을 수도
“옆에 있겠다”는 주변 지지 필요
권순정 한국자살예방협회 교육위원장은 자살 유족이다. 10대 때 가족이, 15년 전에는 직장 동료가 자살로 떠났다. 동료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권 위원장이었다. 권 위원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웠고 고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깊은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자살 유족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슬픔, 망연자실함, 분노, 죄책감, 무력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겪는 유족들에게는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때로는 위로의 차원에서 건넨 말이 상처로 남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 마음 정리는 유족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츰차츰 해 나가야 하는데 저 말은 마치 고인을 잊고 빨리 일상으로 회복하라는 강요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고인)는 정말 불효자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고인에 대한 험담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19년 자살 유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상처가 되는 말’ 1위로 꼽혔다.
‘○○가 그렇게 될 때까지 뭐 했냐’ 같은 말도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다. 권 위원장은 “이런 말 때문에 고인의 소식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제대로 위로받지 못하는 유족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했다고 하거나 이민이나 유학을 가 국내에 없다는 식으로 주위에 얘기해 상황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펴낸 ‘2022년 심리부검(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요인을 살펴보는 과정) 면담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심리부검 참여 유족 1120명 중 고인의 자살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유족이 806명(7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말로든 행동이든 유족에게 ‘내가 네 옆에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미남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유족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할 수 없고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대신 ‘언제든지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달라”며 “중요한 건 유족이 그 상황을 혼자서 견디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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