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美 가난의 구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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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다.
미국인도 부자다.
인구 10만 명 이하 소국을 제외하면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미국인의 물가환산(PPP) 1인당 소득은 세계 8위다.
그런데 하루 4달러(약 5200원) 이하로 살아가는 미국인이 530만 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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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루 4달러(약 5200원) 이하로 살아가는 미국인이 530만 명이나 된다.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인도 3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수백만 명은 구치소와 교도소에 있어 통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무엇이 이런 현실을 만들었을까.
“재산이나 신용이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고, 착취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 빈곤은 충분한 선택지가 없어서 이용당하는 것이다.”
2016년 도시 주거 문제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로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저자는 빈곤의 원인을 노동과 주택, 금융 등 세 가지로 요약한다. 미국 민간 부문 노동자 94%가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협상력 자체가 없는 데다 업무 외주화의 가속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노동 착취를 가속화한다.
미국에서 가난한 동네의 임대주는 돈을 더 번다. 고정비는 적은 반면에 임대료는 조금만 덜 받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이 초과 인출 수수료로 번 돈 중의 84%가 잔고 350달러(약 45만 원) 이하의 고객에게서 나왔다. 가난해서 돈을 더 쓰는 구조다.
고발은 대책 없는 정부와 악덕 기업에만 향하지 않는다. “빈곤은 우리가 매일 내리는 결정들 수백만 가지가 누적된 결과다.” 월마트가 최저 시급을 인상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 주식을 팔아치운 투자자들, 노동자 착취가 신문 지면을 장식해도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그 회사 상품을 배달 목록에 추가하는 소비자들이 그 착취에 가담한다.
저자가 권하는 해법은 이렇게 요약된다. “저소득층이 수급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하며 계층 간의 이동을 막는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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