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용 인감 못떼 발 동동… 은행선 신분증 진위 확인안돼 대출 지연

최미송 기자 2023. 11. 1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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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기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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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서류 발급 올스톱]
시청-구청-주민센터엔 항의 쏟아져
“비자 서류 3시간 기다리다 포기”
“영하 날씨 구순 노모와 왔는데 분통”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11.17. 뉴시스
“사업은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서류 하나 못 떼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을 찾은 김모 씨(58)는 “오전 9시에 구청에 왔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거래신고필증 발급이 안 돼 미치겠다. 사업이 지연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을 앞두고 주민센터와 시청, 구청 등을 방문한 국민들의 피해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까지 이날 오후 폐쇄되며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돼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 민원인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송파구청 2층 민원실은 민원인 3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서류를 빨리 발급해 달라”,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산 장애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페인 국적 로게르 호세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외국인 거주지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종로구청을 찾았는데 3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돼 포기하고 나왔다”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오전에는 작동되던 정부24 사이트마저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전면 폐쇄돼 온라인 민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해외 방문을 앞두고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기 위해 송파구청을 찾은 김정훈 씨(37)는 “정부24에서 신청이 안 돼 구청을 찾았다”며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혼란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오후에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구청 등을 찾았다가 “또 중단됐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64·여)는 “영하 날씨에 올해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인감을 떼러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 금융·부동산 거래도 차질

인감증명서와 건축물대장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보증금 8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물대장이 안 나와 한 시간 동안 애를 먹었다”며 “향후 건축물대장을 떼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민 박모 씨(55)는 “과수원 매매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발급이 지연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고객 신분증을 스캔해 진위를 확인하는 인터넷은행들은 정부 전산망을 활용한 진위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중은행들도 창구에서 신분증 스캔을 통한 진위 확인이 안 돼 일일이 전화로 행정안전부에 진위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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