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이식은 ‘새 생명’ 탄생시킬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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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두 눈과 코끝이 빨갰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애써 눈물을 참는 환자를 바라보며 제 마음 역시 함께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올해 1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던 환자 A 씨(35)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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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이식 실패후 환자눈물 못잊어
뇌사자 가족 기증동의도 큰 고비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길”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올해 1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던 환자 A 씨(35)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동아일보는 17일 이를 보도(A1, 2면)했고, 박 교수는 이날 열린 대한이식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전 박 교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실패를 이겨낸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던 A 씨는 간절히 엄마가 되고 싶었다”며 “어렵게 자신의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지만 지난해 7월 수술은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눈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을 피하면 A 씨가 더 좌절할 것 같아 어렵게나마 위로를 건넸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1월 자궁 기증 조건에 맞는 뇌사자(44)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박 교수는 “뇌사자 가족에게 기증 동의를 받는 일이 큰 고비였다”고 했다. 박 교수와 만난 뇌사자의 노모는 자궁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물었다. “성공해 낼 수 있나요?” 박 교수는 답했다. “국내 첫 시도인 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망설이던 노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증에 동의했다.
늦은 밤 시작된 자궁 이식 수술이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끝났다. A 씨는 이식한 지 29일 만에 첫 월경을 했다. 자궁 없이 태어난 환자에게는 생애 첫 월경이었다. 박 교수는 “이후 A 씨가 6개월 동안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서 성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패를 딛고 ‘자궁 재이식’에 성공한 건 세계 최초다. 박 교수는 의학적 성취보다는 ‘생명’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궁 이식은 다른 장기 이식과 달리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이라며 “의사로서 ‘이보다 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자궁 이식을 하지 않아도 입양 등을 통해 엄마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박 교수는 “(출산이라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며 “이런 점을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A 씨는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의료진을 믿어준 환자와 어려운 결심을 해준 기증자의 가족들, 함께 고생한 동료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A 씨는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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