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물가 내년 말 떨어져, 고금리 이어가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고삐 풀린 물가를 좀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해법으로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MF는 17일 펴낸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로 전망했다. 앞선 10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밝힌 물가상승률 전망치(3.4%)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기획재정부(3.3%)나 한국은행(3.5%) 물가 전망치보다 높다. 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탔다. 올해 들어서도 1월(5.2%)→4월(3.7%)→7월(2.3%) 줄곧 떨어졌다. 하지만 8월(3.4%)부터 반등하더니 지난달(3.8%)까지 석 달 연속 3%대다.
씨티·JP모건·HSBC 등 8개 주요 투자은행(IB)도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물가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4%로 올려 잡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정책 목표가 금융시장과 부동산 경기 안정화에 맞춰져 있다 보니 물가 안정이 더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고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고금리(기준금리 3.5%) 기조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현재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내려선 안 된다는 취지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전망치와 같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 개선, 관광산업 회복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기재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통해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라고 표현한 데서 한층 긍정적으로 나아갔다.
정부는 7월까지 6개월 연속 한국 경제를 ‘경기 둔화’라고 진단하다가 8월 그린북에서부터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그린북은 반도체 등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회복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9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9% 올랐다. 특히 반도체는 12.9% 올라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도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550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다만, 정부도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는 물가 상승세를 주시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라는 평가에서 이달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으로 ‘완만한’이 추가됐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아직 물가 수준이 높고 중동 사태 향방,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최근의 물가 개선 조짐들이 확대되도록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기환·나상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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