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해야 하는데” “대출 어떻게 받나” 시민들 발동동

최경호.신진호.문희철.김민주 2023. 11. 1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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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망 마비 파장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대기번호표를 뽑는 기계에 민원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공지문이 붙어있다. 문희철 기자
“오늘 중으로 주민등록초본·인감증명서가 필요해요. 오후 늦게라도 안 될까요?”

17일 오후 1시 서울시 중랑구 면목7동 행정복지센터 임시청사 5층.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 센터를 찾은 제갈모(65)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의했다. 그는 KB국민은행 사가정역 지점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고 이날 주민센터를 들렀다. 하지만 동주민센터 직원은 “언제 발급을 재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아직 아무 말이 없고, 공지사항에는 ‘네트워크 통신망 오류’라고 뜬다”고 안내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쯤 부산진구 부전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30대 여성 A씨는 “정부24 사이트에서 서류를 떼려고 했지만 오류가 계속돼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며 “가족관계증명서는 받았지만, 주민등록등본은 여전히 못 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건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하러 온 민원인이었다. B씨는 이날 전세계약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떼러 광주광역시 동구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내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늦어도 오늘까지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행정 전산망 마비로 현장 민원 업무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대법원 행정망을 사용하는 일부 서류만 발급이 가능하고, 정부 행정망을 사용하는 서류는 전부 발급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일부 행정복지센터는 행정망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오후 2시부터는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각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기도 먹통이긴 마찬가지다. 법원·세무서 등 관공서가 밀집한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40대 여성은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지라도 알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일부 시민은 의자에 앉아 창구만 바라봤다. 서울은 오후 2시 기준 법원 전산망을 이용하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비롯해 교육 제증명, 토지이용 계획서 정도만 발급이 가능했다.

이날 중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예상보다 복구 작업이 지연되자 뒤늦게 후속 조치에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처리하는 납부·신고 등 공공 민원은 시스템을 복구해 납부가 가능한 시점까지 납부기한을 연장했다. 행정절차법 제1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으로 기간·기한을 지킬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끝나는 날까지 기간 진행이 정지된다. 또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 즉시 처리를 해야 하는 민원은 일단 지자체 민원실에서 수기로 접수를 하고, 이후 오늘(17일) 자로 소급해 처리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외에도 이날 전산망 장애로 발생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조해 국민 불편·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서울=문희철 기자, 부산=김민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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