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 전 윤석열 닮은꼴 행보…출마 묻자 "의견 많을 수 있다"
대구 달성산업단지 간 한동훈
이와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 장관의 후임 인선 검증이 꽤 타깃을 좁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이원석 검찰총장과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복수 후보군에 대한 검증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도 “한 장관은 이번 개각 때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서도 그의 활용 여부를 고심해본 적이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치 참여에 대한 본인 의지인데 아직 그의 생각을 명시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정치 참여 의사를 구체적으로 내비친 적이 없지만 이미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이날 대구 방문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은 법무 행정 현장 방문 차원에서 대구 달성산업단지를 찾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대구 달성군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낳았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을 흘리는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 민심을 자극하는 데 대한 한 장관의 견제 아니겠느냐”며 “자신이 ‘보수 적통’이란 점을 강조하는 행보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한 장관의 대구 방문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참여 직전 행보를 떠올리는 시각도 많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3일 대구를 찾아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한 뒤 바로 다음날 대검찰청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총장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이날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평소 대구시민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고 말하자 운집한 시민들 사이에서 “한동훈 최고” “한동훈 사랑한다” 등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한 장관은 ‘여권의 총선 출마 요구가 강하다’는 취재진 질문에도 “의견이 많을 수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가 지난 15일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봉사 활동에 참여한 모습이 보도된 것도 한 장관 출마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5월 한 장관 취임 후 부인의 대외 활동 사진이 처음 공개된 데 대해 한 장관은 “통상적인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달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왜 모든 언론이 주목해 진 변호사 사진을 찍었을까”라며 “사진을 보면 진 변호사도 예상한 듯 준비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대구=이창훈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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