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발전 경험 전수 ‘글로벌 사우스’ 국가 공략 집중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결정 D-10
최대 관건은 많은 표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표심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선진국들이 주로 모여 있는 북반구 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들이 지구 남쪽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유래된 말로 아프리카 55개국과 중남미 20개국, 동남아시아 11개국, 중앙아시아 6개국, 태평양 도서 지역 16개국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경제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제정치적으로도 미국과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물론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 행보를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특히 182개 BIE 회원국 중 가장 많은 49개 회원국이 있는 아프리카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8일 BIE 총회에서의 표결은 1국 1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미·러·중 등 주요 국가들의 표심 못지않게 ‘중간 지대’에 속한 개발도상국가들의 전략적·개별적 이해관계가 승패를 가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회성 뭉칫돈보다 장기 경제 지원 카드
정부도 이 같은 구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 아프리카 국가들 공략을 둘러싸고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막판 대규모 물량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한국과 부산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는 게 정부와 재계의 공통된 진단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물론 이재용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은 지난 1년 내내 세계 각국을 돌며 일대일 접촉을 통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경쟁국인 사우디가 주로 자국 초청 행사에 주력한 데 비해 우리는 아프리카·중남미와 태평양 도서국까지 직접 찾아가 발로 뛰는 모습을 보이며 정성을 다하자는 전략이었다.
로마 조기 사퇴 안 해야 2차 투표서 결판
BIE 표결은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득표하는 후보지가 나오지 않으면 1,2위로 후보지를 압축한 가운데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결선투표는 과반수 득표 후보지가 나올 때까지 반복된다. 현재까지의 판세로는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결국 결선투표에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의 지휘 아래 시시각각 판세를 점검해 온 정부는 1차 투표에서 이탈리아 로마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 국가들의 표를 2차 투표에서 최대한 흡수할 경우 충분히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BIE 총회 직전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하는 것도 막판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는 로마가 투표 당일 1차 투표 직전에 유치를 포기할 경우 판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산과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곧바로 양자 대결을 벌이게 되면서 자칫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이탈리아 측을 상대로 유치전에서 중도 포기하지 말고 투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며 “우리가 접촉한 회원국들 가운데에는 한국이 2차 투표에 진출하면 지원하겠다는 나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정진우 기자 tzschaeit@gmail.com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