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슬림 개종 강권 않은 이유
황의현 지음
씨아이알
아랍어는 본래 사막의 유목민들이 쓰던 언어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만주어가 거의 잊힌 것과 달리, 아랍어는 오늘날 이란·튀르키예를 제외한 중동 대부분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지배적 언어다.
이 책은 아랍인들이 동로마 제국 등이 지배하던 지역을 정복한 이후 현지 문화에 동화·흡수되지 않은 이유를 신도시로 설명한다. 이들은 기존 도시에 정착하지 않고 자신들만을 위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피지배자들과 분리된 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반면 피지배자들은 지배자들의 언어를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아랍어는 그리스어·아람어 등 여러 언어가 쓰이던 중동에 빠르게 퍼졌다.
저자는 우마이야 시대 등의 통치자들이 비무슬림을 개종시키는 데 별 의지가 없었다고도 전한다. 비무슬림에 부과되는 인두세가 토지세와 더불어 주요 수입원이었기에 개종자가 늘면 재정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쿠란’이란 말처럼, 강압과 무력으로 이슬람이 전파됐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역사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아랍과 이슬람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간 이해를 안내한다. 아랍어와 중동지역학을 공부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 중인 저자는 쿠란에 대한 정통적 시각과 수정주의 시각을 나란히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함마드가 누구인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과연 아랍인들이 파괴했는지, 무슬림과 비무슬림은 어떻게 공존했는지, 몽골의 침공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전한다. 이를 통해 이분법적 시각과 현재 드러나는 모습을 넘어 역사적 흐름을 헤아리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을 비롯해 역사에 혼재된 신화적 측면도 드러낸다. 특히 과학 등에서 중세 이슬람의 성취를 강조하는 시각은 이후 서구에서 유사한 것이 나타났기 때문에, 서구에 앞서 뭔가를 해냈기 때문에 비서구 문명을 높이 평가하는 서구중심주의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 제목의 ‘대체로 무해한’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온 표현이다. 이 소설에서 지구는 딱히 찾는 사람 없는 곳으로, 그저 ‘대체로 무해함’으로 소개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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