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통제광·성과도둑과 일해야 한다면

채인택 2023. 11. 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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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도른자들
사무실의 도른자들
테사웨스트 지음
박다솜 옮김
문학동네

직장은 정글인가. 직장에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종종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도저히 자력만으로는 벗어나기 힘든 거대한 벽도 있다는 사실이다. ‘도른자’가 있기 때문이다. 도른자는 ‘돌다’와 사람을 가리키는 ‘자’를 합쳐서 만든 인터넷 신조어다. 이 책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상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국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지은이는 도른자에 해당하는 동료를 성과도둑형·강약약강형·불도저형·무임승차형으로, 상사를 가스라이팅형·통제광·불성실한 통제광, 그리고 불성실한 상사로 나누고 유형별 해결법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통제광’ 상사는 일부 부하 직원을 심하게 통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방치하는 ‘불성실한 통제광’이 된다고 설명한다. [GettyImagesBank]
성과도둑형은 상사나 관리자 앞에서 나의 아이디어를 기습적으로 뺏어가는 ‘지적 재산권 절도범’이다. 더욱 얄미운 건 평소에는 미완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의 발전을 돕는 성실한 멘토나 친절한 친구처럼 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아이디어나 성과를 가로챈다는 사실. 나를 돕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의 능력에 대한 질투로 가득 찬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과도둑형은 일하기 전에 누가 무엇을 할지를 분명히 구분하는 방법으로 막을 수 있다.

강약약강형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형이다. 자기와 같은 위치에 있거나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여긴다.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무자비한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상사가 보는 앞에서는 모든 동료를 공격하면서 자신만 유능하다는 걸 과시하려 한다. 이런 사람에 대해선 자신의 인맥을 쌓고, 행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법이 처방이다.

불도저형은 경력과 인맥이 풍부한 직원 중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집단 전체의 의사결정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상사가 이를 제지하려고 하면 공포와 겁박을 활용해 무력화하려고 시도한다. 상사 정도는 안중에도 없으며 자신보다 두어 직급 위의 고위급과 친분을 과시한다.

문제는 불도저형이 타협은 꿈도 꾸지 않고, 제 뜻에 맞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무기한 연기시키는 바람에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불도저형에 대해서는 ‘말에는 말’로, ‘느낌에는 팩트’로 대응하도록 충고한다.

무임승차형은 잘 돌아가는 팀, 중요한 팀에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그 뒤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보상만 챙기는 유형이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호감을 사며 유쾌한 분위기까지 만들어내므로 야단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무임승차형을 막기 위해서 지은이는 ‘콘트라프리로딩’을 제안한다. 금전 보상이 아니라 사내 에소프레소머신 제공이라든지 유연한 근무 스케줄 부여 등으로 일 자체를 더욱 즐기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가며 무임승차형이 빼앗아갈 수 없는 보상이다.

관리자의 결함은 더 무서운 결과를 양산한다. 조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통제광을 보자. 감독과 통제를 하면 할수록 조직이 더욱 잘 돌아간다고 믿는 유형이다. 개인의 시간이나 의견은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한데 모든 부하 직원을 이렇게 관리하기는 아무래도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어떤 부하는 이렇게 관리하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통제광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불성실한 통제광’이 된다. 그동안 조직은 황폐해지기 쉽다. 통제받는 부하든, 방치된 부하든 제대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통제광에 대해선 주기적으로 업무를 확인하고, 특히 업무시간과 퇴근 뒤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불성실한 상사’는 통제광의 극단적 경우다. 이런 유형은 조직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가 모르면 견디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게으름 때문에 부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사소하고 불필요한 부분까지 통제해 정작 필요한 정보는 얻지 못한다. 이런 유형은 부하를 관리하지 못한 채 내버려 둔 탓에 불안해지게 마련이고, 그러다 자신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부하를 갑자기 과도하게 통제한다. 불성실한 상사에 대해선 수시로 소통하고 다른 전문가를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이 추천된다.

가스라이팅형은 특유의 말솜씨로 부하 직원을 기만한다. 그 결과 일터에서 지위가 불안하게 느끼게 하거나 반대로 특별 관리를 받는 사람이라고 믿게 한다. 이런 유형은 혼자 하기 힘든 사기나 횡령을 함께 할 동료나 부하는 찾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사에 대해선 기록으로 증거를 남기고, 인맥을 쌓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지은이는 이런 도른자의 피해 대상이 사회 초년생은 물론 꽤나 직장생활에 연륜이 쌓인 사람도 포함된다고, 도른자 피해는 학력·경력·직책과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직장을 오래 다녔다고 갈등 관리능력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충고다. 이런 도른자를 내버려 두는 것은 조직에 대한 관리자의 관심 부족과 직무 태만이라는 이야기다. 원제 Jerks at Work: Toxic Coworkers and What to Do About Them.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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