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를 보면 달리 보이는 역사
최중경 지음
믹스커피
‘의자왕은 정말 사치스러운 왕이었을까?’, ‘병자호란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에도 승자의 왜곡은 존재한다. 그것이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한번 입력된 왜곡된 역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에선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당시 국제 정세와 함께 재해석된다.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이 함께 제시되면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측면이 드러난다.
특히 고종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어쩌면 도발적이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고종에게 씌워진 독립투사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세력이 커진 동학군을 두려워해 청군을 불러들여 일본군의 한반도 상륙 구실을 스스로 내어준 이가 바로 고종이며, 자신과 외척 민씨 가문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무분별하게 외세에 의존한 용렬한 군주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저자는 고종의 잘못된 판단으로 청일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고 이것이 조선 몰락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저자는 시종일관 기존 역사 상식을 뒤틀거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의 평가를 달리하는 주장을 편다. 180도 달라진 평가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이 이미 역사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관점을 따라가며 역사를 접해 보면 최적의 대안을 얻기 위한 생각의 루트가 열릴 수도 있다. 역사는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들은 현재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기에 이를 통해 미래를 보아야 한다.
‘역사는 암기가 아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실패한 역사를 통해 전략적 사고능력을 기르고, 논리적 추론과 토론을 통해 역사 왜곡의 여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은 지난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은폐, 왜곡, 과장은 재구성되고, 이 속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힌트들이 숨어있다. 특히 실패한 역사를 되짚은 작업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다. 누군가 빼앗고, 입맛대로 휘저어 놓은 역사를 제자리에 올려놓을 때가 되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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