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기 전쟁은 “희망의 윤회”
이후남 2023. 11. 18. 00:09
나재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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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여러 언론사를 거치며 27년간 기자로 일하다 퇴직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가 지난해 겨울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본격적인 육체노동에 뛰어들었다. 이 책은 그 현장과 체험의 생생한 기록이다. 한편으로 그는 ‘기자’보다 ‘직장인’으로 살았다고, ‘회사 인간’이었다고도 들려준다. 그런 시절의 모습과 퇴직 이후 막막했던 순간, 지독히 고됐던 식당 주방보조 같은 앞서 다른 일의 경험도 전한다.
그가 전하는 건설현장은 ‘줄 서기 전쟁’터이기도 하다. 아침이면 통근 버스에서 내려 휴대폰 사진 촬영을 막는 스티커 부착 여부를 검사받으며 긴 줄을 서서 게이트를 통과했다. 식당 대비 인원이 워낙 많아 점심 때는 2시간 중 30분 이상을 식당 앞에서 줄을 섰다. 특히 절박한 건 화장실 앞 줄 서기였다. 지은이는 이 현장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른바 ‘인분 아파트’ 사건이 보도됐을 때, 과연 그곳은 화장실이 몇 개였을까 싶어 씁쓸했다고 한다.
그는 “앞사람의 등을 보며 내 등의 모습을 유추”하는 줄 서기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나의 고단한 삶을 동료가 알아주는 일”이자 “종일 반복되는 삶의 수레바퀴”, “내가 들인 노력이 성과로 치환되는 희망의 윤회”라고 썼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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