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취미를 묻고 답한다는 것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나이를 먹을수록 취미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릴 땐 이 말 의미를 ‘일’에만 방점을 맞춰서 생각했다. 일만 하면 사람이 금방 지치니까 삶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취미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막상 일 년 남짓 기타를 배우면서 보니, 취미는 그 자체로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북에디터는 일 특성상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가 점점 출판인으로 가득 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디 나만 그러랴.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척하면 척’ 마음 편히 대화가 오가는 상황이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건 분명하다.
한때는 취미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어색한 자리 같은 데서 빠르게 서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도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흔하디흔한 독서 외에 취미가 없는 나는, 출판인이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업계라면 독서가 너무나 뻔해 딱히 취미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출판계에서라면 너무나 당연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간단한 독서 성향만으로도 서로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알게 된 동갑내기는 내 ‘기타 분투기’를 듣고, 오랫동안 쉬고 있던 복싱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을 했던 그는 F코드가 이 정도로 안 되면 기타를 포기할 법도 한데 계속하고 있는 나를 무척이나 신기해하더니만, 그사이 잽을 연습 중이라며 관장님께 배운 동작까지 보여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지인은 뭔가 동작이 이상하다며 놀렸고,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로 한참을 웃어댔다.
다른 지인은 독서가 취미였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누군가의 말에 그는 읽다 집어던진 책을 추천했고, 나도 그런 책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정말 책을 집어던지냐며 놀라 묻자 우리는 정말이라고 힘주어 답했다. ‘기타 집어던지는 사람도 있는데 책쯤이야’라는 말은 애써 아꼈다.
이렇게 보면 어떤 취미를 갖고 있건 취미는 대인관계에도 분명한 장점인 듯하다.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기타를 잘 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해본다. 잘한다면 그건 취미가 아니라 특기이지 않을까.
아무튼 요즘 나는 기타를 배우며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 시야도 조금은 넓어지는 것 같다.
“취미가 뭐예요?” 많은 사람이 묻고 답한다. 정말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질문이라고 여긴 적도 있다. 그런데 아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시그널임을 깨닫는다.
쩝,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나 정말 나이 들었네.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