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2023년 일본의 류코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종결로 달라진 사회와 2024년 이후 미래를 묘사하는 신조어가 많다. ‘4년 만에’를 뜻하는 요넨부리(4年ぶり)는 코로나 시기에 적용됐던 각종 규제가 사라지며 나타난 변화를 지칭한다. 프로야구, 축구 J리그 등에서 육성 응원 금지령이 풀렸고, 지역 축제나 불꽃놀이 이벤트가 완전히 살아났다. ‘오바츠리즘(オーバーツーリズム)’ 도 등장했다. 국내외 방문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며 발생하는 소음이나 교통 정체를 말한다.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쳐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에루카겐쇼(蛙化現象)’는 호감을 가졌던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순간 호의가 식어버리는 심리학 용어에서 따왔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좋아하던 사람의 사소한 행동을 목격하고, 호감이 식어버리는 의미로 사용된다. 미국 트위터(Twitter)의 바뀐 회사명에서 유래한 ‘X’는 각종 단어 앞에 붙어 ‘새롭다’는 의미로 쓰임새가 확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X 아카운토(account)’는 새 계좌를 뜻한다. ‘Y2K’는 2000년(Year2000)의 줄임말로, 2000년대의 복장이 재유행하는 복고풍 트렌드이다.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도 대거 등장했다. ‘이타다키조시(頂き女子, 받는 여자)’는 젊은 여성이 데이트나 성행위의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해줄 연상 남성을 SNS 등에서 찾는 행태를 지칭한다. ‘야미바이토(闇バイト)’는 젊은이에게 고액 보수를 미끼로 내걸고 사기 등 범죄의 실행 역할을 맡기는 불법 아르바이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전반적으로 밝은 용어가 늘어난 게 올 유행어의 큰 특징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고조된 세계적인 불안정과 저성장으로 생겨난 말도 많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일어날 걸로 보진 않는다. 그럼에도, 경제 저성장과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야기되는 부정적인 결과물은 피하기가 쉽진 않다. 예상되는 악재는 머뭇거리지 말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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