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대작

2023. 11.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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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이성선

술잔 마주놓고 서로 건네며
산과 취하여 앉았다가
저물어 그를 껴안고 울다가

품속에서 한 송이 꽃을 꺼내 들고
바라보고 웃느니 바라보고 웃느니.
『절정의 노래』 (창비 1991)

상대의 사정이나 형편을 어림잡아 헤아리는 일. 짐작(斟酌)이라 말합니다. 이는 도자기처럼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잔에 술이나 차를 따르는 일을 두고 생겨난 말입니다. 너무 적게 따라도 그렇다고 넘치도록 따라도 안 되는 일. 그러니 언제나 짐작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도자기로 만든 잔처럼 사람의 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탓입니다. 게다가 고개를 길게 빼고 내려다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어림잡아야 하는 짐작.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짐작과 함께 살아갑니다. 더 잘 짐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자주 헤아려보면서.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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