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말투. ‘보이스피싱’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이 말투에 속아 피해를 본 사례는 최근 5년간 15만6000건, 연평균 3만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매년 증가하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지난해 2만1832건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경찰과 금융권, 통신사 등 민관 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 방지에 나선 결과다.
이 과정에서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종합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시스템’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보이스피싱 전화 차단 기술을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차단한 보이스피싱 발신 전화는 10만4990건에 이른다. 이에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홀에서 개최된 제8회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에서 SK텔레콤은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안았다. 경찰청과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은 민간의 치안 활동을 격려하고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끌어내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된다.
올해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선 총 29개 기관 및 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다양한 기술을 범죄 예방에 활용하고, 외부 기관과 협업에 나선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욱 심사위원장(경찰대 교수)은 “이번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선 민관 협업 사업과 첨단 기술 활용 사례가 많아, 공동체 치안의 빠른 발전을 실감했다”며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한다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이상 동기 범죄를 비롯한 흉악범죄로 인해 국민의 불안이 증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경찰과 공동체 구성원 간의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한 치안 협력 참여는 국민의 평온한 일상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경기도 안산시와 서울시 강남구는 ‘AI 기술’과 ‘민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냈다. ‘범죄 없는 안전 도시 안산’ 만들기에 나선 경기도 안산시는 전국 유일의 로보캅 순찰대를 운영했다. 시민 안전 지킴이, 방범 CCTV 통합관제센터,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 등에도 행정력을 집중했다. AI 국민 안전 실증 시범 도시 추진과 스마트 안전 기술 사업 확대, 범죄예방 디자인 환경 개선 사업 등 마을별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사업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1인 가구,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이 많은 서울시 강남구는 2021년부터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서는 지역주민, 경찰,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관·경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했다. 피해자 인터뷰와 현장 실사는 물론 경찰에서 제공한 범죄통계와 AI 위험 분석도, 범죄 히트맵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활용해 지역의 특징과 문제를 분석한 것이다. 이렇게 도출한 범죄예방 디자인 솔루션을 적용해 괄목할 만한 범죄예방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은 충청북도 제천시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을 활용해 시민 안전을 강화했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의 정보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내 유관기관 및 시 산하 기관과 상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시민 안전을 위해 운영 중인 안심 비상벨과 어린이 및 치매 노인 긴급신고, 여성 긴급신고 등은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과 연계했다. 제천시는 지능형 CCTV, 불법 주정차 차량 정보 표출시스템, 스마트 가로등, 보안등 시설물 등을 통합플랫폼과 추가 연계할 방침이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문제 원인 진단과, 합리적인 수단을 활용한 범죄예방 활동이 매우 인상 깊다”며 “다양한 기관과 단체가 저마다의 역량으로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범죄예방 활동을 수행한 결과, 대한민국 곳곳이 예년보다 훨씬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