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4년 넘게 끌어온 '리베이트' 재판 끝이 안 보인다
20번째 열린 공판기일, 증인신문 진실공방 끝 종료
공정위, 과징금 부과…법무실장 '국회 사과'에도 재판 장기화
[더팩트ㅣ마포=허주열 기자]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 2019년 10월 공판이 시작된 이 재판은 17일까지 20회 공판기일이 진행됐지만, 재판부의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어 부회장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승한 안국약품 법무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저희 영업방식이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안국약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안국약품 법무실장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과를 했지만, 관련한 어 부회장의 재판만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형사 9단독)에서 열린 공판은 어 부회장과 그의 변호인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가량 증인 1명에 대한 신문만 진행하고 종료됐다. 증인신문은 검찰의 2018년 11월 안국약품 본사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변호인 측이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추궁하고, A 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율촌·대륙아주·엘케이파트너스 등에서 나온 어 부회장의 변호사들은 A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당시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했는지 유무 △포렌식 압수수색 당시 안국약품 직원들에게 압수수색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는지 유무 △동시에 여러 명을 대상으로 한 포렌식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는지 유무 등을 집요하게 따졌다.
이에 A 씨는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어 부회장의 변호인들은 당시 현장에 있던 안국약품 직원들의 증언과 사건과 무관한 사진 파일 등이 압수수색물에 포함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A 씨의 답변과 달리 개별적 영장 제시나 설명이 없었고, 포렌식 압수수색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변호사 측의 증인신문이 종료된 후 검사 측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12월 22일, 2024년 1월 12일까지 지정된 상태다. 이날 재판장은 2월 공판기일을 잡기 위해 내년 2월 7일이나 16일을 변호인 측에 제시했지만, 변호인 측은 2월은 다른 재판이 많다는 이유를 들면서 3월에 열 것을 제안했다.
이에 재판장은 12월 공판기일에 내년 3월 기일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장은 "공판기일에 증인신문을 한 명씩 하는 게 재판 진행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내년 3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 공판기일을 진행하거나, 한 기일에 두 명의 증인을 부르려고 한다"고 말했고, 변호인 측은 "다음 기일(12월)에 말하겠다"고 답을 미뤘다.
이처럼 4년 넘게 끌어온 어 부회장의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재판은 얼마나 더 길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안국약품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사들은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어 부회장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해 8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업계에선 어 부회장의 리베이트 재판이 장기화하는 게 안국약품에 유리해 변호인단이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약사법 제47조(의약품 등의 판매 질서)에는 의약품 공급자가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약가 인하, 2차 가중된 약가 인하, 3차 고액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특히 2021년 법안이 개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는 '급여 정지' 처분도 가능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재판이 장기화하면 안국약품은 계속해서 영업 행위를 할 수 있고, 그만큼 수익도 생긴다.
안국약품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매출액 1694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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