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이고 빼고 바꾸는 꼼수 인상… ‘두더지 잡기’ 식이 통하겠나

2023. 11.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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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불리는 편법 가격 인상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꼼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꼼수가 결국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가격 동향을 확인하고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밀착 관리하자 기업들은 편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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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에 같은 크기로 진열된 우유의 용량이 각각 1000mL, 930mL, 900mL로 표시돼 있다. 최근 급격히 오르는 물가에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물건의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효과를 거두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불리는 편법 가격 인상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꼼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달 말까지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신고센터를 만들어 제보를 받겠다고 했다.

최근 기업들은 가격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대신에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편법을 쓰고 있다. 한 봉지에 5개 있던 핫도그가 언제부턴가 4개밖에 없고, 참치 통조림 용량이 100g에서 90g으로 슬쩍 줄어드는 식이다.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되 값싼 재료로 대체해 품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교묘한 눈속임 인상에 속지 않도록 단속과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꼼수가 결국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달 초 정부는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안정 책임관’으로 삼고, ‘빵 과장’ ‘라면 사무관’ 등을 두는 식으로 품목별 담당자도 지정했다. 정부가 가격 동향을 확인하고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밀착 관리하자 기업들은 편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관리감독이 느슨해지면 억눌린 가격이 한꺼번에 뛰는 현상도 나올 수 있다.

물가와의 전쟁은 생각보다 장기전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을 3.6%로, 내년은 2.4%로 제시하며 종전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고,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길어지는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기업을 압박하는 부차적 대응보다는 통화정책을 통한 정공법이 필요하다.

불과 1년 5개월 전 9%를 넘었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대 초반으로 꺾이는 극적 반전을 보인 것은 결국 돈줄을 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의 통화량은 5.3% 줄었다. 반면 한국은 통화 긴축을 표방하고도 같은 기간 통화량이 오히려 5.1% 늘었다. 경기 침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통화량을 줄여 나가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가격이 오른 품목을 쫓아다니며 단속하는 ‘두더지 잡기’ 식 대증요법을 넘어선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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