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첫 합작... 영화 ‘아줌마’ 만든 싱가포르 감독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신인 감독 허슈밍(38)의 장편 데뷔작이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제목은 ‘아줌마(Ajoomma)’.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로 전체 분량의 80%를 한국에서 촬영했다. K-드라마의 열성 팬인 싱가포르 아줌마가 한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왔다가 혼자 낙오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대만·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16일 내한한 허슈밍 감독은 “미국 유학 시절,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할 때면 항상 그날 본 한국 드라마에 대해 얘기하셨다”면서 “동시에 3~4개의 한국 드라마를 챙겨 볼 정도로 열정적인 어머니를 생각하며 대본을 썼다”고 했다. 그는 ‘할리우드 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영화학교에 다니며 ‘아줌마’를 구상했다. 허슈밍은 제목을 ‘아줌마’로 지은 이유에 대해 “단어에 담긴 부정적인 뉘앙스를 없애고 싶었다”고 했다. “중년 여성들이 영화를 보고 ‘그래, 나 아줌마야!’라며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작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에 투자하려는 제작자를 찾기 어려웠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프로듀서를 소개받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6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영화엔 배우 여진구가 한류 스타로 깜짝 등장하고, 정동환·강형석 등 국내 배우도 다수 출연한다. 한국 배우·제작진과의 협업에 대해 허슈밍 감독은 “한국 영화인들의 깊이와 디테일에 놀랐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돌아갔을 때, 한국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는 한국 영화인들은 두려움이 없다고 답했어요. 진정성이 있고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 담아낸다고요.”
싱가포르 유명 여배우 홍희팡이 K팝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아줌마 ‘림메이화’를 연기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림메이화는 한국에서의 여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 허슈밍 감독의 어머니는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주인공이 슬퍼 보이지?” 물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친구들과 영화를 3~4번 더 보셨는데, 아줌마들 모두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시더라고요. 한국 관객들도 엄마를 모셔와서 보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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