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만 106차례... 1심 구형까지 3년 2개월 걸렸다

양은경 기자 2023. 11. 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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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1심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을 기소한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그동안 이 사건 재판은 총 106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95차례 출석했다. /뉴스1

검찰은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求刑)했다. 2020년 9월 검찰이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을 기소한 이후 1심 구형에만 3년 2개월이 걸린 것이다. 선고는 내년 1월 26일이다. 1심 선고에 이어 대법원 판결까지 앞으로 3~4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 혐의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해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미 ‘국정 농단’ 사건으로 2017년 2월 기소돼 수사·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그 사건이 끝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재계에서는 “사법이 지속적으로 기업 경영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5억원을, 김신‧최치훈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기소 전제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은 부정하지 않았고, 사업이나 지배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주주의 이익에 부합했다”고 반박했다. 합병 관련 회계법인 보고서를 조작했다거나, 합병 효과를 허위로 홍보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이 회장은 10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아버지의 병환 뒤 3번의 영장 심사와 1년 6개월의 수감생활 등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었다”며 “저의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저의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 회장이 함께 기소된 다른 임원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대목에선 목이 메이고 원고를 쥔 손이 떨리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지난 3년 2개월간 총 106차례 재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동행 등 주요 일정을 이유로 법원 허가를 받아 빠진 11차례를 제외하곤 95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많을 때는 일주일 두 차례 법원에 출석했고, 매달 2~3회는 기본이었다. 작년 10월 27일 회장 취임 당일, 올해 취임 1주년 때도 법정에 나와야 했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 회장의 모든 일정이 하루 종일 법정에 앉아 있어야 하는 재판을 중심으로 짜여야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이후 7년간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다. ‘1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꾸준히 참석했던 ‘선밸리 콘퍼런스’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7년째 가지 못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개최해온 행사로,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도 불린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수백회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은 삼성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족쇄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특검 수사 이전까지는 수시로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고객사를 만나고 경영을 주도했다. 애플과의 특허 분쟁, 9조원을 투자한 ‘하만’ 인수도 직접 미국을 찾아 성사시켰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후 미국 출장이 사라진 것을 두고 범죄 관련 입국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는 미국 출장을 피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재계에서 “미국과 가장 강력한 글로벌 인맥을 유지한 이 회장이 미국 활동에 제약이 생긴 것 자체가 국가 차원의 손실”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작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앞으로도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여러 해가 더 걸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추격, 미래 성장 동력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 등 혁신이 더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전히 서초동(법원)에 한쪽 발이 묶여 불완전한 경영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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