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어린이가 ‘죽여달라’ 애원” 가자지구 의료진이 전한 참상

김혜선 2023. 11. 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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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도 죽게 해주세요. 부모님하고 오빠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요."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의료진이 전쟁 속 부모를 잃고 부상을 당한 어린이들이 스스로 '죽여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까지 알시파 병원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치료하던 의료진 자왓 사미 알마훈(26)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부모를 모두 잃고 중상을 당한 12살 소년도 알시파 병원에 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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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제발 저도 죽게 해주세요. 부모님하고 오빠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요.”

(사진=로이터)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의료진이 전쟁 속 부모를 잃고 부상을 당한 어린이들이 스스로 ‘죽여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알시파 병원은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본거지로 지목하면서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대부분 병원은 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까지 알시파 병원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치료하던 의료진 자왓 사미 알마훈(26)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자왓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보급품 없이 알시파 병원에서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해오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소식을 듣고 16㎞를 걸어 탈출했다.

알시파 병원은 공격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사실상 의료 기관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이 병원에 있던 미숙아들이 인큐베이터가 꺼져 사망했고, 환자들도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자왓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아직도 병원 안뜰에는 수백 구의 시신이 있다. 그 사람들을 묻어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왓은 “어느 날 네 명의 어린 소녀가 병원에 왔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는 13살이었고, 한 아이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며 “그 아이들은 죽은 아버지, 어머니, 오빠와 함께 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가족을 묻어주는 것 뿐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살아남은 네 명의 소녀 중 다친 소녀는 자왓에게 “제발 저도 죽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부모를 모두 잃고 중상을 당한 12살 소년도 알시파 병원에 실려왔다. 자왓은 “그 아이가 나를 볼 때마다 ‘당신은 나를 낫게 할 수 있나요? 내가 가족들과 함께 죽게 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자왓은 “의사들은 3~4일간 잠도 자지 않고 계속 일하면서 한 아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는 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왓은 의료 물품 부족으로 친한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고 했다. 그는 “내게는 ‘이슬람 알 문시드’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한의 장비만 있었다면 친구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왓과 의료진이 유일하게 쉴 수 있던 순간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병원 내 미숙아들을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가 유일했다고 한다.

결국 자왓은 알시파 병원을 탈출해왔다. 병원 동료들과 함께 이스라엘 저격수를 피하기 위해 달리면서 왔지만, 세 번은 총에 맞았다고 한다. 발이 느린 사람은 뒤처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데이르알발라주까지 도망쳐온 자왓은 알시파 병원에서 도망친 사람 중 얼마나 생존해 이곳에 도착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혜선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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