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진 이의리, 못 도와준 타선

배재흥 기자 2023. 11. 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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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BC 일본전 1 대 2로 패배
선발 이의리 적지 도쿄돔서 호투
김휘집 솔로포 등 5안타 그쳐
18일 대만 이겨야 결승 진출
뼈아픈 실점 야구대표팀 좌완 이의리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예선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4회말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3B까지 몰려버린 볼카운트, 투구 수는 이미 92개였지만 좌완 이의리(21·KIA)는 시속 151㎞의 빠른 공을 던졌다. 6회말 2사후 일본 6번 타자 만나미 주세이에게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다음 공도 시속 150㎞대 직구를 던졌다. 힘도 구속도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점에서 이의리는 남은 힘을 다해 투구했다. 8구째까지 이어진 승부의 결과는 2루수 땅볼. 이의리는 직전 타석에서 자신에게 솔로 홈런을 친 만나미를 상대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빼앗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의리가 그간의 아픔을 딛고 일본을 상대로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1-2로 졌다. 선발 이의리가 6이닝 동안 96개를 던져 6피안타(1홈런)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이 일본 좌완 스미다 지히로의 완벽투에 철저히 가로막혔다. 대타 김휘집이 9회초 2사후 추격 솔로포를 날리기 전까지 한국은 4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이날 한국의 수확은 단연 이의리였다. 그는 3만명 이상 관중이 들어찬 일본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흔들렸으나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의리는 3회말 일본의 리드오프 오카바야시 유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놓였다. 계속된 상대는 이번 시즌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타점왕’ 마키 슈고. 이의리는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하는 대신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렸고, 사토 데루아키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정리하며 1점만 내주고 만루 위기를 끝냈다.

이의리는 4회말 첫 타자 만나미에게 던진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았으나 7회말 오원석과 교체되기 전까지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투구로 지난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설움을 씻어냈다.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 구원 등판했다가 0.1이닝 3사사구 1삼진으로 부진했던 나쁜 기억도 덜어냈다. 봉중근, 김광현 등 그동안 일본을 상대로 늘 출격했던 선배들의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의 후계자로서 손색없음을 증명한 투구였다.

그러나 일본에는 더 빼어난 투수들이 있었다. 빠른 공에 변화무쌍한 구종을 장착한 선발 스미다는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을 틀어막았다. 빠른 공은 기본, 잘 제구되는 변화구까지 더한 일본 투수들은 젊은 세대가 출전하는 APBC에서도 한 수 위였고 한국 타자들은 그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톱타자 김혜성이 유일하게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3번 타순에 배치됐던 윤동희는 전날 호주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호주전부터 이어진 타선 침묵으로 ‘세대교체’의 길을 걷고 있는 야구대표팀이 풀어야 할 숙제는 뚜렷해지고 있다.

호주전 승리 뒤 일본에 지면서 한국은 1승1패를 기록했다. 역시 1승1패를 기록 중인 대만과의 18일 예선 3차전에서 승리해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도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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