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전산망 멈추고 9시간 후 보도자료…하루종일 원인 파악·복구 못해 ‘총체 무능’

이성희·김보미·김향미 기자 2023. 11. 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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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주체로 오류 인지하고도
지자체에 공지 안 해 혼란 키워
시민들에 재난문자도 안 보내
이 장관 ‘디지털 정부’홍보 출장
IT업계 “사태 장기화 우려”
일각선 “디지털 정부 허점”
정부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24’에 17일 오후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있다. 정부24 사이트 캡처

전국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가 벌어진 17일 정부가 하루가 지나도록 원인 파악과 시스템 복구에 실패하면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산망 관리 주체이자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총체적 무능’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가 전산망 장애 발생을 인지한 시점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 등에는 관련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으며, 오전 9시 민원서류 발급 등 대민 업무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 같은 사실이 지자체 일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이날 중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던 행안부 분위기는 오후 2시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가 일시 중단하면서 급격히 달라졌다.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중단됐지만, 행안부는 국민들에게도 별다른 안내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행안부는 재난문자 송출 시스템 관리·운용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재난문자를 폭탄처럼 보낼 때는 언제고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 연락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특히 전산망 장애로 민원서류 발급만 차질이 빚어졌던 것은 아니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e음’도 공인인증 문제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사회보장정보원에 민원이 다수 접수되진 않았지만 현장 동주민센터에서 신규 복지사업 신청 등의 업무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 급여 지급일인 오는 20일까지 복구가 늦어지면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안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날 오후 5시40분이었다. 장애 발생을 인지한 지 9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유감 표명 등은 없이 보도자료 ‘금일 정부서비스 장애로 인한 불편처리 안내’를 통해 “전산 장애로 불이익을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신고 등 공공 민원은 기한을 장애 복구 시점까지 연장하고,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와 즉시 처리되는 민원은 수기로 접수한 뒤 이후 17일자로 소급해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IT업계 안팎에서는 먹통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행정망의 경우 여러 부처가 연동돼 복잡한 데다 원인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있는 대전으로 네트워크 장비업체 직원 등 수십명을 불러 복구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수습해야 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2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한국 ‘디지털 정부’를 홍보하기 위해 포르투갈·미국을 출장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디지털 정부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본다. IT강국을 앞세우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자정부를 도입했던 한국은 최근 유엔 전자정부평가 순위도 떨어지는 추세다. 2002년 첫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한 후 2004년 5위, 2010년 1위에 올라 2014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2016년 3위로 떨어졌고 2020년 2위로 다시 올랐다가 2022년 3위로 다시 내려앉은 상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복구 시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며 전자정부의 위상과 신뢰를 송두리째 허무는 충격적 사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성희·김보미·김향미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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